[검블리]문무일 조기귀국 이유, 패스트트랙 그리고 '이것'

[검블리]문무일 조기귀국 이유, 패스트트랙 그리고 '이것'

김태은 기자
2019.05.25 06:00

[the L]에콰도르 방문 일정 취소 외교적 결례 오해…사실은

[편집자주] 검찰 수사는 브리핑이나 발표로 전달되는 뉴스 외에도 이면에서 벌어지는 내용이 더 많습니다. 맛평가 조사인 블루리본처럼 검찰블루리본, '검블리'는 검찰 수사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살펴보고 전달하고자 합니다.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에 지정된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이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며 공개 반발한 문무일 검찰총장이 4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에 지정된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이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며 공개 반발한 문무일 검찰총장이 4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이달 초 해외 출장 중이던 문무일 검찰총장이 갑자기 귀국을 결정했다. 당초 출장 일정에 따르면 오만과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을 거쳐 에콰도르가 그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던 터였다. 그러나 문 총장이 에콰도르로 떠나기 전 문 총장의 발걸음을 무겁게 하는 소식이 들려왔다.

며칠 후 인천국제공항. 이른 아침부터 입국장에 문 총장을 기다리는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대검찰청이 예고했던 문 총장의 귀국일은 9일이었으나 닷새나 빨리 돌아오게 된 것이다. 기어이 에콰도르 방문을 건너뛰고 조기 귀국한 이유에 기자들은 귀를 쫑긋이며 마이크를 들이댔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 '패스트트랙(신속조정안건)' 상정 소식이 문 총장의 발걸음을 돌리게 한 것은 분명해 보였다. 문 총장은 해외 출장지에서 이미 "민주주의 원리에 어긋난다"며 격한 어조로 반대 입장을 발표한 상태였다. 그러나 국가 공식 방문 일정까지 취소한 것은 보다 심각한 사태로 보였다. 문 총장의 조기 귀국 소식에 일부 대검 참모도 당황하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문 총장이 검찰총장 자리를 내어놓는 초강수를 두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검찰총장으로서 수사권 조정 문제가 중대한 사안이긴 하지만 이 때문에 에콰도르 방문 일정을 취소하는 것은 외교적 결례가 될 수도 있는 문제다. 문 총장도 이를 모르지 않았을 터. 과연 어떤 생각으로 조기 귀국 결심을 했을까.

사실은 '패스트트랙 사태' 소식이 전해지기 전부터 문 총장이 에콰도르행(行)을 고민하게 된 일이 발생했다. 문 총장이 이번에 에콰도르를 방문하는 목적은 대검찰청 간 양해각서(MOU) 체결을 체결하기 위해서였다. 에콰도르 검찰총장이 문 총장을 맞이해 MOU에 서명하는 절차로 진행될 계획이었는데 불과 며칠 전에 에콰도르 검찰청으로부터 뜻밖의 연락을 받게 됐다. 에콰도르에 오더라도 에콰도르 검찰총장을 만날 수 없다는 황당한 이야기였다.

에콰도르 검찰총장이 갑자기 대통령의 지시로 해외 출장을 떠나게 돼 MOU 서명에 직접 참석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 에콰도르 측 설명이었다. 대신 검찰청 '차장'이 참석하면 안되겠느냐며 우리 측에 양해를 구하던 차였다.

우리 측으로선 의전상 격이 맞지 않는 상황이었지만 그렇다고 이미 대내외적으로 예고했던 일정을 에콰도르 측 사정 때문에 취소하고 돌아갈 수도 없는 난감한 사정 속에 '패스트트랙 사태'를 전해듣게 됐다. 문 총장은 에콰도르 역시 검찰총장이 부재한 상황인 점을 고려해 양국 모두 검찰총장이 직접 참석할 수 있을 때 MOU를 맺자고 제안했고 에콰도르 역시 흔쾌히 이를 받아들였다는 후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양쪽 모두 더 나은 상황에서 MOU를 맺는 것이 낫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한 것이기 때문에 외교적 결례라는 우려는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문 총장의 임기는 두 달 정도 남아 다음으로 미뤄진 에콰도르와의 MOU 체결도 문 총장이 아닌 차기 검찰총장의 몫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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