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개포동서 싸운 양대노총 타워크레인서 손잡은 이유

[MT리포트]개포동서 싸운 양대노총 타워크레인서 손잡은 이유

이해진 기자, 임찬영 기자
2019.06.04 16:55

[타워크레인 위의 전쟁]두 노조 "소형크레인 안전문제 심각"…"일자리 위협·임금인상 이해 맞아 떨어진 것"

[편집자주] 전국 건설현장의 1716대 타워크레인이 멈춰섰다. 건설현장의 골리앗인 타워크레인은 노동시장의 골리앗인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맞손을 잡자 일순간 멈춰섰다. 앙숙처럼 지내던 양대노총은 임금인상과 안전강화를 이유로 고공투쟁에 나섰다. 전국 건설현장을 마비시킨 타워크레인 전쟁의 내막을 들여다봤다.
정부의 소형타워크레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전국 1716대 트레인타워 기사들이 파업에 들어간 가운데 4일 오전 서울의 한 건설현장에 타워크레인이 멈춰 서 있다. /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정부의 소형타워크레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전국 1716대 트레인타워 기사들이 파업에 들어간 가운데 4일 오전 서울의 한 건설현장에 타워크레인이 멈춰 서 있다. /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최근까지 여러 건설현장에서 충돌하던 양대 건설노조가 나란히 타워크레인 점거 농성에 들어갔다.

두 노조는 건설현장에 확산하는 소형타워크레인의 안전사고 위험성을 파업 배경으로 밝혔지만, 무인화에 따른 일자리 위협과 임금인상 등 두 노조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현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4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에 따르면 민주노총 전국건설노조 타워크레인분과위원회와 한국노총 타워크레인조종사노조는 전날 오후 5시부터 전국 1700대 대형타워크레인을 점거하고 총파업에 돌입했다. 서울·부산·인천·대구·경기 등에서 실제 운용되는 전국 타워크레인 3500개 가운데 절반가량이 작동하지 않는 셈이다.

노조는 이번 파업이 소형 타워크레인 안전 문제로 인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소형 크레인은 조종사가 직접 탑승하지 않고 외부에서 원격 조정하는데, 20시간의 교육만 이수하면 누구든 운전이 가능하다.

이날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건설현장에서 만난 타워크레인 기사들은 소형크레인의 안전사고 위험이 높다고 설명했다.

타워크레인 기사 황옥룡씨(53)는 "가족들에게 길에 건설현장 타워크레인이 있으면 멀리 돌아서 가라고 당부한다"며 "이번 파업은 건설노동자뿐 아니라 국민 안전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박현관 건설노조타워크레인분과 조합원도 "기사가 직접 타 운행하는 대형크레인은 작업할 때 기울임 등을 느끼며 작업할 수 있지만, 무인 소형크레인은 아래서 하늘을 쳐다보며 작업하기 때문에 작업 안전성이 떨어진다"며 "옮기는 건설자재가 떨어지는 추락사고가 빈번하다"고 지적했다.

사용자 측인 한국타워크레인협동조합 측도 소형 크레인의 위험성에 공감했다.

한상길 한국타워크레인업협동조합 이사는 "정부가 지금까지 타워크레인 안전 문제가 나오면 사측으로 모든 문제를 떠넘겼다"며 "국제규격 인증을 받은 장비만 들여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소형타워크레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전국 1716대 트레인타워 기사들이 파업에 들어간 가운데 4일 오전 서울의 한 건설현장에 타워크레인이 멈춰 서 있다. /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정부의 소형타워크레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전국 1716대 트레인타워 기사들이 파업에 들어간 가운데 4일 오전 서울의 한 건설현장에 타워크레인이 멈춰 서 있다. /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그러면서 "원자력 발전소, 반도체 산업 등 현장은 타워크레인 파업으로 엄청난 손실을 보는 것으로 안다"며 "파업을 하루빨리 끝내야 하는데 정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 건설기계 담당자도 "타워크레인이 일정 높이 이상 올라가면 벽체에 고정하는 안전규칙을 만들어 사고 위험에 대비하고 있다"며 "첨단산업 발전에 따른 무인 장비 도입은 필수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파업이 타워크레인 무인화에 따른 위기감이 두 노조의 공동 실력행사로 이어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52시간 근로제 도입을 위한 논의부터 시작해 지난달까지 서울 개포동 재건축 건설현장을 점거하며 대립각을 세웠던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갑자기 공동전선을 펼친 것은 결국 '일자리'와 '임금'이라는 공동 이해관계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김성희 고려대학교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타워크레인 무인화로 일자리가 위협받는다는 위기감 등 노동현장에서의 처지 악화가 (최근까지 갈등했던) 양대 노총이 공동 파업을 전개하게 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임찬영 기자

산업1부에서 자동차, 항공, 물류 산업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