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에 거주하는 이모씨(76)는 최근 독거노인 생활지원사가 마스크를 가져다주겠다며 방문을 요청하자 거절했다.
자주 있었던 방문이었지만 연장자일수록 취약하다는 코로나19에 혹시나 감염될까 우려가 앞섰다. 결국 이씨는 대문 앞에 지원사가 놓은 마스크를 그가 떠나고서야 회수했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취약계층인 독거노인들이 감염 공포로 더욱 열악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감염 공포에 고립을 자처하는 가운데 다른 생활지원들도 끊기고 있다.
황모씨(81)도 지원사의 방문을 처음에는 거절했다. 그러나 전등이 고장 나 캄캄한 저녁을 보내게 되자 수리만은 도와달라고 요청할 수밖에 없었다.
현장 경력 11년차인 서울 영등포종합사회복지관의 성우경 지원사는 25일 "감염 공포에 돌봄이 어렵다"고 호소했다.
가장 큰 우려는 노인들의 건강이다. 고혈압·당뇨 등 지병을 앓고 있는 이들은 병원 방문조차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매일 물리치료를 받는 등 병원을 방문할 일이 많지만 이번 코로나19 감염자 중 지병과 폐렴 등의 합병증으로 숨진 고령자가 나오면서 특히 공포심이 더 커진 상황이다.
성 지원사는 "70이 넘어가면 (독거노인분들은) 보통 지병 3개를 달고 산다"면서 "코로나에19에 노출되면 너무나 위험해져 모두가 조심스럽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감염되지 않고 이번 사태가 끝난다고 해도 외출을 자제하는 어르신들의 운동량이 떨어지면서 건강이 오히려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매년 찾아오는 꽃샘추위도 이제는 공포의 대상이다. 환절기에는 감기에 걸리는 노인들이 많은데 그 증상을 당장 코로나19와 분간하기가 어렵다.
독거노인들에게 물품과 식사를 지원하거나 집안 수리 등을 돕던 지원단체와 자원봉사자들도 방문·접촉을 최대한 줄이라는 권고 속에 활동을 중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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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한 휴관에 나선 서울 종로구 노인종합복지관은 지난 23일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활동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인근 원각사 노인무료급식소도 지난주 문을 닫았다.
각 지역 당국과 생활지원사를 통해 노인들에게 식사 및 마스크, 손 세정제 등의 공급은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도 이날 독거노인을 비롯한 취약계층 거주지를 찾아가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한다고 발표했지만 정작 상황은 여의치 않다.
성 지원사는 "비상시국이라 매일 전화해 어르신들의 안부를 묻지만, 거동이 불편해 가사지원이 필요한 분들도 접근을 거부하면서 직접 도와줄 수 없는 상황까지 왔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