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 강제수사 요구에 검찰 '신중론'…윤석열 "방역당국 요청 따른 것"

신천지 강제수사 요구에 검찰 '신중론'…윤석열 "방역당국 요청 따른 것"

김태은 기자, 이정현 기자
2020.03.02 15:50

여권, 윤석열 검찰 '조국 수사' 강행과는 다른 모습 질타

2일 경기도 가평군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평화의 궁전에서 이만희 총회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YTN 화면캡쳐
2일 경기도 가평군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평화의 궁전에서 이만희 총회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YTN 화면캡쳐

검찰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책임과 관련해 이만희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총회장 등 신천지 지도부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했다. 그러나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강제수사 요구에 대해선 방역당국의 판단을 존중해 신중한 입장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방역당국의 임무수행에 도움이 되는 지를 우선순위로 둘 것"을 지시했다.

2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서울시가 전날 이만희 총회장을 살인죄 등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형사2부(부장검사 이창수)에 배당했다. 형사2부는 식품의료범죄 전담부서이자 '서울중앙지검 코로나19 대응 TF(태스크포스)' 사건대응팀이다. 지난달 28일 미래통합당이 합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의 당명을 지어줬다는 등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이 총회장을 고발한 사건은 인권·명예보호 전담인 형사1부(부장검사 정진웅)에 배당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신천지 신도를 중심으로 대규모 발생하자 이들의 처벌을 위해 검찰 수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지난달 말부터 대두했다. 특히 신천지 신도들의 2차 감염을 막기 위한 전수조사를 위해 신도 명단을 제출할 것을 요구했으나 신천지 지도부가 허위로 제출했다는 일부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주장이 제기되며 강제수사를 통한 명단 확보 필요성이 대두된 바 있었다.

법무부 역시 지난달 28일 "보건당국의 역학조사를 거부할 때에는 고발이나 수사의뢰가 없더라도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에 착수하라고 검찰에 지시했다"며 사실상 신천지를 겨냥한 검찰 수사를 본격화하는 듯했다.

그러나 대검찰청은 같은날 세종시에서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 관계자와 만나 신천지 신도 명단 확보 등에 대한 강제수사 필요성에 대해 문의한 결과 당분간 강제수사에 신중해 달라는 답변을 받았다. 현재까지 신천지 측에서 제출한 명단이 크게 누락된 것이 없으며 검찰이 압수수색에 나설 경우 오히려 신천지 신도들이 숨어버려 협조를 받기 어려워진다는 우려도 나왔다. 강제수사보다는 방역 행정 지원에 우선 순위를 둬달라고 요청도 받았다.

대검은 이 총회장 고발 사건을 배당받은 수원지검을 비롯해 일선 검찰청에 즉시 업무연락을 보내 방역당국의 이같은 의견을 공유하고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에 돌입할 경우 대검과 사전협의를 거치도록 지시했다. 윤 총장은 "지금은 중대본 판단이 우선"이라며 "검찰도 중대본 판단을 존중하고 중대본에 도움을 주는 방식으로 일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의 우선순위를 정함에 있어서, 중대본의 임무수행에 도움이 되는지를 고려할 것"을 주문했다고 한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도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정부의 강압적인 조치로 인해 신천지 신자가 음성적으로 숨는 움직임이 확산할 경우 방역에 긍정적이지 않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며 강제수사에 부정적인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와 함께 "신천지 교단의 방역당국 협조에 차질이 있었다는 근거가 확인되는 시점까지는 신천지 측의 자발적인 협조를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와 기독교복음침례회(세칭 구원파) 측 수사를 반면교사 삼아 검찰의 강제수사에 신중을 기하려는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사고 원인 제공자 등에 대해 엄정한 수사를 지시했고, 이틀 후인 23일 검·경합동수사본부는 유병언 자택과 구원파 교회, 관련 회사를 전격 압수수색했다. 그러나 구조 실패 등 정부의 책임을 돌리기 위해 구원파 측에 대한 무리한 수사가 진행됐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법조계에선 검찰의 강제수사를 촉구하는 일부 정치권의 주장이 포퓰리점적 정치 선동에 가깝다며 사태 진정에 도움이 안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소속 권경애 변호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사태의 책임을 지울 희생양을 찾는 현대판 마녀사냥식 폭력"이라며 "감염병 재난 정국에서 튀어보려는 정치인들의 공포스러운 쇼맨십"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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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기자

2016~ 사회부, 2021~ 정치부, 2023~ 정보미디어과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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