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구로구의 한 콜센터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발생하면서 방역에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첫 번째 확진자 A씨(56·여)가 미약한 증상 발생 후 2일 뒤 격리를 취했지만 격리 전 이미 직장 내에 광범위한 접촉이 이뤄진 뒤였다. 전문가들은 밀집 지역의 집단 감염으로 이어지는 고리를 끊기 위해선 이상 인지시 적극적으로 병가를 내거나 자가격리에 나서는 등 각 개인의 노력과 이를 지원하는 회사측의 관심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10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A씨는 지난 4일 처음으로 코로나19 증상을 보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6일까지는 평소처럼 오전 9시부터 콜센터에 출근했으며 6일 오후 4시쯤 기침·오한 증상이 크게 발생했다. 당초 노원구는 6일 증상이 처음 발생했다고 밝혔지만 역학조사 결과 이는 4일로 나타났다.
A씨는 6일 퇴근 후 집에만 머무르다 다음날인 7일 정오가 넘어 보건소를 찾았다. 그는 지난 8일 양성 판정을 받고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
본격적인 증상을 보인 뒤 이틀 간 A씨의 외출 내역은 검사를 받기 위해 보건소를 찾은 때와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잠시 탑승한 것이 전부다. 엘리베이터 동승자도 A씨의 배우자 밖에 없었다. 4일 증상을 처음 느낀 후 바로 대처를 했다면 집단 감염 가능성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는 얘기다.
A씨가 확진 판정을 받은 이후 동료 직원들이 검사를 받고 무더기로 확진을 받았기 때문에 감염 자체는 A씨 보다 먼저 된 다른 직원이 있을 수도 있다. A씨의 확진으로 감염 경고등이 켜지지 전 '깜깜이' 상태에서 직원들간에 바이러스 전염이 가능한 광범위한 접촉이 있었을 수 있다는 얘기다.
구로구 콜센터 사태는 이미 서울시 집단감염 사례 중 최대 규모가 됐다. 방대본에 따르면 이날 12시 기준 해당 콜센터 근무자 207명(직원 148명·교육생 59명)과 관련해 서울, 인천, 안양 등 각지에서 최소 50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아직 검사를 받지 않은 인원이 있어 추가 확진자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구로구 콜센터 이전 서울지역 집단 감염 사례 은평성모병원 관련 15명, 성동구 주상복합 관련 13명 보다 훨씬 많은 수다.
구로구는 현재 콜센터 직원들에 대한 자가격리 조치를 취하고 건물 전체를 폐쇄했다. 또 1층에 선별진료소를 설치하고 건물 내 거주자 및 방문자들을 대상으로 검체 검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직원 207명에 대해서도 이날 내로 검사를 완료할 방침이다.
이번 집단 확진을 통해 경미 증상을 보인 감염자라도 밀집 시설에서 활동할 경우 코로나19를 빠르게 확산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이 다시 확인됐다. 특히 감염 후 증상이 나타나고 확진을 받거나 자가 격리 단계로 들어가기까지 상당한 시차가 있어 이 기간 중 감염 확산이 집중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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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센터는 업종 특성상 직원 간 거리가 가까운 데다가 통화를 많이 해 비말(침·재채기 등 작은 물방울) 감염 확산 우려가 크다. 현재까지는 감염 위협 지역을 방문했거나 일부라도 증상이 나타날 경우 개인적으로 자발적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해법이 없는 실정이다.
김탁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 특성상 (감염) 초기에 바이러스가 많이 나온다”면서 “확진자 본인의 인지가 늦고 자가격리 조치가 늦어지면 감염이 확산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방역당국이 감염경로를 사전에 100%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추가 확산을 막으려면 감기 증상이 조금 보여도 쉴 수 있게 해야 하며, 감기로 인한 병가를 용인하지 않는 직장·조직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