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비접촉 음주측정 첫날...5시간 전 마신 소주3잔도 잡아냈다

[르포]비접촉 음주측정 첫날...5시간 전 마신 소주3잔도 잡아냈다

광주(경기)=김남이 기자
2020.04.21 13:50

"마스크 내려 주시고요. 불지 않으셔도 됩니다."

"와, 이걸로 측정돼요?"

20일 밤 9시40분부터 경기 광주시 역동삼거리에서 진행된 음주단속은 기존과 달랐다. 숨을 불지 말라는 경찰의 설명에 운전자들은 당황했다. ‘비접촉식 감지기’를 이용한 시범 운영 첫날 머니투데이가 동행했다.

경찰은 '코로나19'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숨을 불지 않아도 운전자 주변 공기의 알코올을 감지하는 ‘비접촉식 감지기’를 개발했다. 감지기를 켠 상태에서 운전자로부터 약 30cm 떨어진 곳에 5초간 두기만 해도 음주가 감지되면 램프가 깜빡이고 경고음이 나온다.

창문 열고, 공기청정기 틀면 된다?...'껌'에도 반응한 음주 감지기
20일 오후 경기도 광주시 역동삼거리에서 경찰이 일회용 덮개를 씌운 비접촉식 음주감지기를 활용해 음주단속 시범운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20일 오후 경기도 광주시 역동삼거리에서 경찰이 일회용 덮개를 씌운 비접촉식 음주감지기를 활용해 음주단속 시범운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음주단속 팻말이 보이자 운전자는 창문을 내리고, 숨을 불어넣을 준비를 했다. 미리 '후, 후'하고 숨 부는 연습을 하는 이도 있었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었다. 음주단속 경찰이 셀카봉 같은 막대에 설치된 ‘비접촉식 감지기’를 창문 너머로 밀어 넣으면 끝이다. 한 운전자는 "안 불어도 되냐"며 재차 되묻기까지 했다.

단속 직전에 창문을 열거나 공기청정기를 쓰면 감지가 안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지만 기우다. 우선 음주 단속 10m 앞에서 경찰관이 차량 창문을 올리도록 지시했다. 또 공기청정기가 설치돼도 정상적으로 호흡하면 충분히 감지가 된다.

오히려 민감한 반응이 문제다. 밤 10시12분, 이날 처음으로 감지기가 반응했다. 이어진 음주측정 결과는 혈중알코올 농도 0.000%. 운전자가 5분 전부터 씹은 껌에 감지기가 반응한 것이었다. 기존 감지기도 종종 구강청결제나 껌에 반응하는 경우가 있다.

김모씨(33)는 "술을 안마셨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며 "신형 감지기가 (기존 감지기보다) ‘코로나19 방역 면에서 안전해보인다"고 덧붙였다.

5시간 전에 마신 술도 감지...'무면허 음주운전' 단속까지
50대 운전자는 '면허정지 100일'에 해당하는 혈중알코올농도 0.071%가 측정됐다. /사진=김남이 기자
50대 운전자는 '면허정지 100일'에 해당하는 혈중알코올농도 0.071%가 측정됐다. /사진=김남이 기자

잠시 후 음주단속 지점 앞에서 대기 중인 추격조에서 무전이 왔다. 음주 단속을 피하고자 갑자기 회차하는 차량이 있다는 것. 차량을 세워 감지기를 대자 ‘삐’하고 경고음이 울렸다.

경찰은 운전자를 경찰 차량으로 데려와 물로 입을 헹구게 한 다음 음주측정기를 불도록 했다. "더, 더, 더, 더" 경찰관의 말에 운전자는 힘껏 숨을 불어넣었다. 측정기에는 0.018%이 떴다. 단속 기준이인 0.03% 미만으로 훈방 조치됐다.

20대 남성 운전자는 "오후 5~6쯤 소주 3잔 정도를 마셨다"고 말했다. 5시간 전에 마신 알코올을 감지가 잡아낸 셈이다. 운전자는 "단속을 하길래 겁이 나서 돌아가려고 했다"며 "음주운전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오후 11시5분, 감지기가 울렸다. 흰색 벤츠 차량에서 내린 50대 남성은 겉으로 보기에도 술에 취해 보였다. 곧바로 경찰 차량에서 음주 측정을 한 결과 혈중알코올농도 0.071%이 나왔다. 면허정지 100일이다.

운전자는 "30분전에 맥주 2잔을 마신 것이 전부"라고 했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특히 이 남성은 무면허 운전자에, 벌금 수배령까지 내려진 상태였다. 남성은 현장에서 체포됐다.

민감도 문제지만 '못 잡는 것보다 낫다' 반응도...최근 음주사고 24%↑
20일 오후 경기도 광주시 역동삼거리에서 경찰이 일회용 덮개를 씌운 비접촉식 음주감지기를 활용해 음주단속 시범운영을 하고 있다. /사진=김남이 기자
20일 오후 경기도 광주시 역동삼거리에서 경찰이 일회용 덮개를 씌운 비접촉식 음주감지기를 활용해 음주단속 시범운영을 하고 있다. /사진=김남이 기자

이날 감지기가 울린 것은 총 4건, 1건은 껌이 원인이었고 3건은 실제 음주를 한 운전자였다. 그중 2명은 음주 측정에서 단속 기준 미만이 나왔고, 1명은 면허정지 100일에 해당하는 결과가 나왔다.

시범 운영 첫날에 나온 문제점은 감지기의 민감도다. 고민식 광주경찰서 경비교통과장은 "시범 운영을 통해 적절한 사용 방식과 민감도를 찾고 있다"며 "현재는 기존 감지기보다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너무 민감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하지만 경찰은 음주운전자를 못 잡는 것보다 민감한 것이 더 낫다는 반응이다. 음주측정기를 한 번 더 거치기 때문에 운전자가 억울할 상황을 발생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실제 우리 사회는 알코올에 민감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로 음주단속이 축소되자 올 1~3월 음주사고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4% 증가했고, 사망자는 6.8% 늘었다. 특히 2월에는 음주운전 사고가 43.8%나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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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이 기자

인간에 관한 어떤 일도 남의 일이 아니다. -테렌티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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