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회생법원 찾는 사람들]②

"193억 적자 후 겨우 찾아온 기회였던 중국 투자가 코로나19 때문에 올스톱 됐어요. 저에게 남은 선택지는 회생 절차뿐이었습니다."
시스템반도체 관련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대표이사 A씨가 서울회생법원을 찾은 건 코로나19 확산이 한창이던 지난달 23일. 그의 손엔 '법인 회생 신청서'가 들려있었다. 24년간 회사를 이끌면서 한번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지난 24일 찾은 경기도 소재 사무실엔 각종 협회와 단체에서 받은 상패들이 줄지어 있었다. 화려했던 전성기를 보여주는 듯 했다.
1996년 인터넷 소프트웨어 개발업으로 시작한 회사는 IMF 사태에서도 꿋꿋이 견뎌 창업 5년 만에 연 매출 250억 원 달성을 이뤄냈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인터넷 소프트웨어만으로는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해 시스템 반도체 분야로 뛰어들었다.
직원들이 힘을 합쳐 노력한 결과 A씨 회사는 51개의 국내 특허와 30개의 해외 특허를 보유한 알짜 기업으로 성장했다. 위기는 갑작스레 찾아왔다. 연구 개발에 모든 자금을 끌어들여 투자한 게 문제가 됐다. 2017년 장기 연구 개발을 마치고 난 뒤 여유 자금은 전혀 남지 않은 상태에서 매출 마저 급격히 줄었다. 결국 그해 193억원 적자를 냈다. 개발비 감가상각을 하고 난 뒤 회사는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A씨는 포기하지 않고 해외 시장을 공략해 중국 측 투자 제안을 받아냈다. 중국 측 투자금으로 기사회생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이때 '코로나 19'가 들이닥쳤다. 중국 장저우 국가산업단지에 합작법인을 설립하고자 했던 계획이 코로나19 확산으로 틀어지게 된 것이다. 국가산업단지 준공 자체가 미뤄지면서다. 합작법인 설립을 통한 중국 측 투자 진행도 모두 멈춰버렸다.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법인 회생을 신청했다. 마지막 희망이라도 잡기 위해서였다. 다행히 회생법원은 지난 16일 회생 개시 결정을 내렸다. A씨는 "회생 신청을 하기로 마음을 먹는 데까지만 두 달이 걸렸다"고 회상했다. 그는 "회사를 지키기 위해 해왔던 지금까지의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회생을 결심했다"면서 "무엇보다 직원들에게 퇴직금도 줄 수 없는 상황에서 회사를 지킬 수 있는 최후의 방법이 회생이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회생 절차를 경험해본 중소기업 대표의 입장에서 회생 제도에 대한 아쉬움도 토로했다. A씨는 "절차가 예전보다 많이 개선되고 편리해진 것 같다"면서도 "아직은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의 현실을 잘 반영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회생 기업들에 대한 정부 측 지원을 보다 신속하게 이뤄졌으면 한다는 바람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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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회생 절차를 밟는 기업에게 고용 유지 비용 등을 주지만, 이는 회생 개시 결정 후 두세 달이 지나서야 받을 수 있다. 지원금을 받기 위해선 법원에서 발급받은 보고서 등 관련 서류들을 내야 하는데 이 보고서가 회생 개시 결정 한참 뒤에 나오기 때문이다.
하루하루 힘들게 버텨야 하는 중소기업 입장에선 '지옥같은' 시간이다. A씨는 "어차피 지원해 줄 금액이라면 신속하게 지원해서 기업이 처한 어려움을 바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파산이 아닌 회생을 택한 기업의 오너라면 어떻게든 회사를 다시 살려보겠단 의지가 있다고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A씨는 자신만이 아닐 거라고 했다. 코로나 19 사태가 많은 기업을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사실 이미 몇 년 전부터 중소기업이 체감하는 경영 악화는 심각한 수준이었고, 코로나 19 확산으로 이제 더는 견딜 수 없게 됐다"면서 "법원에 회생이나 파산을 신청하는 기업이 점점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