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정부, '아동·청소년이용 성범죄'에 함정수사 허용 추진

[단독]정부, '아동·청소년이용 성범죄'에 함정수사 허용 추진

이정현 기자
2020.05.11 16:48
경찰청 'n번방 특수본'/사진=김창현 기자 chmt@
경찰청 'n번방 특수본'/사진=김창현 기자 chmt@

정부가 일명 'n번방' 사건과 같은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 제작 범죄 등에 대해서 신분위장 수사 등의 함정수사를 가능케 하는 법안을 추진한다. 하지만 유관부서인 검찰은 이같은 개정안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법무부 디지털성범죄대응TF, 함정수사에 면책 조항 추진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부는 법무부와 여성가족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아동·청소년을 이용한 성(性) 착취 영상물 제작·유포 범죄의 경우 경찰 등 수사관이 함정수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번 개정안은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마련된 관계부처 합동으로 추진되며 주된 세부 작업은 경찰청에서 진행 중이다.

개정안에는 함정수사에 필요한 면책조항 등이 담길 예정이다. 신분위장 수사 등 함정수사를 하려면 수사관이 어디까지 수사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규정이 필요하다. 쉽게 말해 신분을 숨기고 범죄조직원이 되어 수사를 하면서 범죄조직과 어떤 수준의 범죄까지 함께할 수 있는지를 법에 명시하겠다는 것이다. 외국의 경우 수사관이 신분을 위장해 잠입한 경우 수사를 위해 살인을 해도 면책해주는 국가도 있지만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직접 범행을 저지르지 않는 기회제공형 함정수사만 가능하다.

이에 정부는 현행 청소년성보호법에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의 제작·배포 등에 대한 처벌규정인 제11조 아래에 제11조의 1을 신설해 이같은 면책조항을 명시할 방침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n번방 수사의 경우에도 수사관이 직접 박사 조주빈 밑에 들어가 일정 범위 내에서 범죄에 가담하며 범행 전모를 수사할 수 있게 된다.

이같은 함정수사는 수사기관이 오래전부터 도입을 요구해 왔다. 이번 박사방 사건처럼 범죄단체조직죄가 적용되는 경우 해당 범죄조직의 구성이나 체계 등을 밝혀내기 위해선 내부 수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대검 "면책 조항 만들 경우 남용 우려…특정범죄신고자 면책 조항 강화 필요"

검찰은 이같은 개정안에 대해서는 '신중 검토' 의견을 냈다. 함정수사와 관련해서 아직 제대로 된 통제 시스템이 없을 뿐더러 면책조항을 지금 당장 만들어 법에 규정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것이다.

대신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에서 면책이나 감경 조항을 강화하는 방안을 거론하고 있다. 이 법 제16조는 범죄신고 등을 함으로써 그와 관련된 자신의 범죄가 발견된 경우 그 범죄신고자 등에 대해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즉 수사관들이 관련 함정수사 과정에서 법을 어기게 됐을 경우에도 이 법 조항을 적용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자는 것이다.

현재 범죄자신고법이 적용되는 특별범죄로는 마약범죄, 조직폭력범죄, 보복범죄, 부패범죄 등이 있다. 대검은 여기에 아동·청소년을 이용한 디지털 성범죄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법적용을 확대하자는 입장이다. 특별범죄의 범위를 넓히고 수사관에게까지 적용토록 하면 별도의 면책조항 없이도 함정수사가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서초동의 한 부장검사는 "외국의 함정수사의 경우 엄청난 수준의 사전통제나 사후통제를 받고 있다"면서 "가뜩이나 수사권조정 등을 통해 경찰에 대한 검찰이나 법원의 수사통제가 약해지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면책조항을 만들어 함정수사를 허용한다면 남용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정부는 개정안에 대한 관계부처의 의견을 모두 수렴한 뒤 검토해서 제21대 국회가 개원한 6월 중으로 발의할 계획이다.

이번 개정 작업은 'n번방 방지법' 후속 작업의 일환이다. 앞서 국회는 지난달 29일 일명 'n번방 방지법'으로 불리는 성폭력처벌법 일부 개정안과 형법 일부 개정안,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일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정부는 지난달 23일 낸 보도자료에서 "디지털 성범죄물 유통이 갈수록 은밀하게 이뤄지는 등 폐쇄성과 보안성 때문에 탐지가 어렵다"면서 "탐지 및 적발이 용이하도록 수사관이 미성년자 등으로 위장해 수사하는 잠입수사를 디지털 성범죄에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도 마약 수사 등에 활용되고 있는 수사기법으로 우선은 수사 가이드라인 마련을 통해 즉시 시행하고 잠입수사 과정에서의 수사관 보호 및 향후 재판과정에서의 증거능력 등을 고려해 법률에 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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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기자

2016~ 사회부, 2021~ 정치부, 2023~ 정보미디어과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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