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사라졌는데 '가출' 신고?…한국에 실종된 어른은 없다

아들 사라졌는데 '가출' 신고?…한국에 실종된 어른은 없다

임소연 기자
2021.05.28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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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어른들③]성인 관련 실종법은 전무...전문가 "논의 시작해야"

[편집자주]  한국에 실종된 어른은 없다. 만 18세 이상의 어른은 범죄 혐의가 없다면 실종 신고 대신 가출 신고가 된다. 지난 5년간 가출인으로 신고된 어른 중 1만여명이 아직 행방을 알 수 없거나 숨진 채 발견됐다. 일부에서는 인권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어른들의 실종을 수사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아드님은요. 실종됐다고 하더라도 무조건 대한민국엔선 가출인인 겁니다. 가출인."

최근 방영 중인 드라마 '괴물'에서 아들의 실종신고를 하러온 아버지에게 경찰인 이동식(신하균)이 하는 말이다. 극 중에서 이동식은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유일한 실종법"을 근거로 든다. '실종 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실종 아동법)이다.

2005년 제정된 실종아동법은 실종아동을 수사할 수 있는 법적 토대가 됐다. 2013년에는 실종 아동의 범위를 만 14세 미만에서 18세 미만으로 확대하고, 대상도 치매환자·정신장애인 등으로 늘렸다. 지난해에는 아동 실종 때 재난문자를 활용할 수 있도록 법안이 개정됐다.

아동실종 관련 법은 꾸준히 개정되며 발전하고 있으나 성인은 관련 법안은 전무한 상태다. 지난해 성인 가출신고는 6만7612건으로 아동 실종 신고보다 3배 많지만 이를 다룰 법안이 없다. 메뉴얼도 부재한 상태로 성인 실종의 경우 초동 조치에 한계가 있다.

'성인실종' 다룰 법적 근거 없어…사망 실종인 수 꾸준히 증가

실종아동 등으로 분류되는 18세 미만 아동, 치매환자, 정신장애인 등에 대한 신고는 이를 담당하는 경찰청 실종아동찾기센터가 있지만 성인 실종을 전담하는 센터는 공백 상태다. 장기실종자 추적팀이 가출인 수색도 하지만 실종아동에 중점을 두고 있어 성인실종은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제도적 어려움이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가출인이 숨진 채 발견된 경우는 지난 5년 동안 7867건에 달한다. 생사를 알수 없는 미발견자도 2863명이나 된다. 성인실종법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실종아동법' 대상에 18세 이상 성인을 포함하기 위한 법제화 노력도 꾸준히 있었다. 지난 20대 국회 당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승희 전 자유한국당 의원은 '실종아동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실종자수색·수사 등에 관한 법률'제정안 등 일명 '실종자패키지법'을 발의했다.

수색·수사 대상인 실종자 범위에 '성인실종자'를 포함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제정안을 보면 실종자를 실종아동 등과 실종성인으로 구분해 정의하고 실종자 발생 신고를 접수하면 지체 없이 수색·수사 실시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이 법안은 입법까지 이어지지 못하고 폐기됐다. 성인 실종 이유의 비자발적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고, 이에 따라 범죄수사 목적 외의 실종성인 수색에 대한 근거 규정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는지를 먼저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법안이 철회됐다. 21대 국회에서는 관련 법률안이 발의되지 않았다.

"실종성인 관련 법률 본격 논의해야"..."성인 실종 신고 사생활 침해 이용될 수도"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아동에 비해 성인은 자의적으로 가출했을 가능성을 우선 상정하기 때문에 범죄 피해가 있을 수 있단 점을 인지하고 판단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면서 "이에 경찰이 선제적인 대응을 하기 어려웠던 게 사실이라고 했다.

곽 교수는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실종성인 관련 법률을 본격 논의해야 한다"며 "아무래도 경찰 업무에서 긴급성 등을 고려하다보면 성인 실종신고 건은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된단 점을 감안해 사회적 공감대를 통한 입법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도 현행법상 성인 실종 수색에 한계점을 토로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기관 입장에서도 성인이면 단순 가출인지 납치나 범죄 피해 가능성이 있는지 판단이 모호해 당장 수색에 나서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력이 한정돼다보니 더 급한 사건에 인력이 할당돼 성인실종은 뒤로 밀리게 된다"며 "성인 실종법이 생겨 법을 토대로 대응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성인 실종 수색에 있어 사생활 침해 문제를 지적했다. 경찰 관계자는 "성인의 자기결정권이 법 만드는 데 걸림돌 중 하나"라며 "본인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수집하면 사생활 침해 문제나 악용 가능성이 제기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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