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 안내 없어" 새 정책 혼란…자가진단키트 소분 업무 부담 호소도

"자가진단키트를 손님들 오시기 전에 준비하려면 새벽부터 미리 소분해 둬야 해요"
16일 오전 9시경 영업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성북구의 한 약국을 찾은 기자에게 약사 A씨는 이렇게 말했다. 이른 아침이었지만 약국은 자가진단키트를 찾는 시민들의 발걸음으로 바빴다. 기자와 대화를 하는 중에도 "동생네 가족 다섯 명이 모두 코로나에 걸렸다"라며 약국을 찾은 한 여성이 진단키트를 구입했다. 영업을 시작한 지 한 시간이 채 되지 않았지만 오늘 아침 들어온 50개의 물량 중 절반 이상이 판매됐다.
16일부터 재택치료자가 코로나19 처방의약품을 모든 동네 약국에서 조제·전달받을 수 있게 됐다. 코로나19 먹는 치료제인 '팍스로비드'는 현재처럼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정하는 472개 담당약국을 통해 조제·전달된다.
시행 첫날 현장은 혼란스러웠다. A씨는 "전해 듣긴 들었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라는 안내를 받은 적이 없다"며 "누가 약을 가지러 오는 건지, 접촉의 위험성은 없는지 등에 대해 우리는 모른다"고 했다. 당국에 따르면 처방약은 동거가족 등 대리인이 수령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이런 내용들이 일선 현장까지 상세히 전달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종로의 한 약국에서는 처방약 조제가 모든 약국으로 확대됐음에도 "그건 내과 등이 있는 다른 병원 근처 약국 얘기일 것"이라며 새 정책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와 대한약사회는 새 정책에 대한 공문은 전달됐다는 입장이다.
새 정책 내용을 몰라 혼란스러운 것은 확진자들도 마찬가지였다. 바뀐 정책을 전혀 몰랐다는 코로나19 재택치료자 20대 나모씨는 "확진 사실도 보건소에 직접 전화를 돌려보고 알았다"며 "정책이 바뀌었으면 단체문자 하나 보내는 게 그렇게 어렵냐"고 말했다.

자가진단키트 판매에 이어 코로나19 처방약 조제까지 맡으며 약국은 지역 코로나19 방역 관리의 한 축이 됐다. 일선 약사들은 업무가 과중되고 있다며 피로감을 호소했다. 종로의 또 다른 약국 약사 B씨는 이날 "키트 소분도 해야 하고 자가진단키트 구매를 묻는 문의가 많아지다 보니 업무가 늘어나고 있다"면서도 "상황이 이러니 어쩌겠냐"고 했다.
지난 13일부터 시행된 20개 이상 대용량 포장 자가키트의 낱개 판매가 허용됐다. 일부 약국에서는 "자가진단키트 소분에 필요한 봉투, 사용법 설명서(복사지), 멸균 장갑 등을 자비로 충당하고 있다"며 당국의 지원이 없는 점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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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헌수 대한약사회 홍보국장은 "당국과 정책 자체가 공유되지 않고 일방적으로 결정해서 내려오는 형태니 뭘 제안하는 것도 어렵다"며 "어려운 상황이지만 전문가들이 얘기하는 부분을 수용하고 검토하는 과정만 있어도 낫지 않겠나 한다"고 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키트 사용법이 인쇄된 소분 봉투는 현재 공장에서 제작중으로 목요일 이후에 배부될 예정"이라며 "키트 안의 구성품들은 밀봉되어있어 소분 시 멸균 장갑을 이용할 필요성은 못 느끼고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일선 약사들의 목소리가 공유되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 "현재 상황상 여건이 어려워 그렇다"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 소통의 빈도를 높이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