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둘째날인 5일. 서울 강북구 미아동주민센터 밖에 확진자와 격리자를 위해 설치된 사전투표소에는 오후 6시가 지났지만 투표 대기줄은 좀처럼 줄지 않았다. 30분이 넘도록 60명이 넘게 기다리고 있었다. "환자들을 모아 놓고 뭐하는 거냐", "몸도 아픈데 날씨도 추워서 건강이 악화될 것 같다" 등 항의가 이어졌다.
코로나19(COVID-19) 확진자와 격리자의 투표권을 위해 이날 제한적으로 사전투표를 허용했지만 곳곳에서 혼선을 빚었다. 추운 날씨에도 아픈 몸을 이끌고 투표장에 나왔지만 선거관리가 제대로 안돼 대기시간이 길어지면서다. 일부 투표소에서는 대기하던 유권자들이 건강악화를 이유로 항의하고 투표를 포기하는 모습도 보이면서 행정력 미비로 선거권을 보장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진자와 격리자가 이날 오후 5시부터 6시 사이 사전투표소에서 투표하도록 외출을 허용했다. 오후 5시 이후부터 투표 목적으로만 외출이 가능하고 투표소에 6시 전에 도착하도록 했다. 또 투표 종료 후 즉시 귀가하도록 안내했다.

당초 오후 5시부터 사전투표가 예정돼있었지만 제 시간에 시작하지 못했다. 하얀 방역복을 입은 투표관리원들은 확진자 여부를 확인하고 줄을 세웠다. 이곳 사전투표소는 투표관리원은 참관인을 포함해 5명이었는데 휴대폰을 들고 절차를 논의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어떤 설명없이 시간을 흘려보냈다.
오후 5시 10분이 지나서야 '관내 관외 선거인본인여부 확인서'를 유권자들에게 작성하도록 했다. 미아동주민센터에서 진행된 확진자·격리자 사전투표는 오후 5시 25분이 돼서야 시작됐다.
이날 대기시간이 길어진 이유는 투표용지를 즉각 인쇄하는 사전투표 절차를 지켜야 하는데 이를 소화할 인력도 부족했기 때문이다. 투표관리원이 대기줄에 서있는 유권자들의 신분증을 일일히 걷고 '관내 관외 선거인본인여부 확인서'를 작성하도록 한 뒤 그것들을 들고 주민센터 안에 들어가 투표용지를 인쇄해왔다. 투표관리원이 약 10명분의 투표용지를 인쇄해오고 투표를 진행한 뒤 다시 이를 반복하는 방식이었다. 이곳 확진자·격리자 사전투표소는 1개소만 설치됐는데 투표가 지속해서 이뤄지지 못하고 뚝뚝 끊겼다.

사전투표소 어느 한곳의 문제가 아니었다. 길어진 대기시간 때문에 투표를 포기한 사람도 속출했다. 경기 남양주 진접오남 행정복지센터에 설치된 사전투표소로 향했던 임정호씨(31)는 이날 오후 5시30분쯤 줄을 섰다가 오후 6시가 넘자 투표를 포기했다. 오후 6시가 지났지만 건물 한 바퀴를 빙 둘러싼 긴 줄이 여전했다.
지난 1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임씨는 "날씨도 너무 추운데 줄은 줄지 않아 건강이 나빠질까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다른 사람들의 건강 악화도 우려된다"며 "격리해제가 풀리는 오는 9일 본투표에 참여해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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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관리원과 대기하던 유권자 사이에 충돌이 일어나기도 했다. 서울 광진구 자양3동 주민센터에서 사전투표를 행사한 유재석씨(31)는 "확진자들이 투표하는 자리라는 표시도 잘 돼있지 않아 헷갈리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확진자가 아닌 사람도 줄을 섰다가 투표관리원과 싸우기도 했다"고 말했다.
유씨는 "7번째로 줄을 섰지만 오후 5시30분이 돼서야 투표가 시작돼 결국 40분이나 기다렸다. 그러나 뒤에는 100명이 넘게 기다리고 있었다"며 "아픈데도 투표를 하려는 사람들은 많았지만 정부에서 미리 시뮬레이션을 해보지도 않았는지 이를 전혀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선거관리에 참여한 한 사전투표원은 "예상보다 투표용지 준비에 시간이 오래 걸려서 이런 상황이 벌어졌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