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안치 냉장고엔 시신 가득…"하루 1044명 화장해도 이별 못해요"

[르포]안치 냉장고엔 시신 가득…"하루 1044명 화장해도 이별 못해요"

양윤우 기자, 박수현 기자
2022.03.17 16:22
17일 오전 8시30분쯤 서울특별시 서초구 원지동 서울추모공원 수골실 앞에서 유족들이 고인을 보내고 있다 / 사진= 양윤우 기자
17일 오전 8시30분쯤 서울특별시 서초구 원지동 서울추모공원 수골실 앞에서 유족들이 고인을 보내고 있다 / 사진= 양윤우 기자

17일 오전 8시 서울 원지동 서울추모공원. 이른 아침인데도 건물 내부는 50여명의 유족들로 붐볐다. 화장 작업을 끝내고 유골을 고운 가루로 만드는 작업이 진행되는 수골실 입구에서 검은 상주복을 입은 여성이 "엄마"를 외치며 흐느꼈다. 대부분 유족들은 초점없는 피곤한 눈빛으로 말 없이 자리를 지켰다.

머니투데이 취재진이 만난 유족들은 코로나19(COVID-19) 영향으로 가족과의 작별이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30대 남성 한모씨는 장모가 돌아가시고 6일장을 지냈다고 했다. 장씨는 "시신을 오래두고 있으면 가족들이 겪는 상실감이 더욱 커진다. 정부가 화장장을 밤늦게까지 가동하도록 해서 유족의 고통을 덜어주면 좋겠다"며 충혈된 눈을 반쯤 뜨며 묵묵히 말했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60만명을 넘어서면서 사망자가 429명을 기록했다. 장례식장과 화장장에서는 폭증하는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일정이 지연되며 장례를 정상적으로 치르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정부는 다음달 중순까지 화장시설을 집중 운영하겠다고 선언했지만 현장에선 무리한 일정으로 오히려 화장 여력을 잃는 상황도 발생한다.

장례식장·화장장은 '과포화 상태'…제주까지 '원정 화장'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화장은 지난 1일부터 14일까지 하루 평균 1110건이 이뤄졌다. 이는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월달 하루 평균 화장 건수(719건)보다 391건(54%) 많은 수치다. 코로나19 확진자는 의무적으로 화장을 해야 한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진 사망자수가 크게 늘어난데다 환절기 사망자까지 겹치면서 화장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화장 수요가 크게 늘어 사망 후 3일차에 화장을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전국 기준으로 3일차 화장률은 올해 1월 82.6%, 2월 77.9%에서 3월 39.7%(14일 기준)로 이달 들어 크게 감소했다. 시도별로 좁혀보면 지난 14일 기준으로 서울의 3일차 화장률은 5.4%에 그쳤다. 세종(5.3%), 대전(8%), 부산(11.4%)도 상황이 심각했다.

보건복지부 e하늘장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기준으로 4일간 화장 예약이 가능한 시간은 서울 0개, 경기 1개(취소 후 대기), 인천 2개(취소 후 대기), 부산 0개 등이었다. 서울에서 예약할 수 있는 가장 이른 날짜는 5일 뒤였다. 현재 화장시설 상황으로는 5일장을 치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유족들은 장례식장과 화장장의 빈자리를 찾기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부산에 거주하는 김모씨(44)는 "할머니가 지난 12일 돌아가셨는데 화장장을 찾지 못해 사흘을 안치실에 모시다가 장례를 치뤘다"며 "사실상 6일장을 치른 것인데 장례가 길어지니 가족들도 힘들어하고 나도 회사에서 3일 이상 휴가를 쓸 수 없어 개인 연차를 사용했다"고 했다.

상조업체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한 지난달 중하순부터 장례 절차가 밀리기 시작했다"며 "화장터를 찾지 못해 안치실에 보관된 시신이 워낙 많다보니 이제는 장례식장에 '안치 냉장고가 있는지'부터 물어본다. 이러다 제주도까지 원정 화장을 떠나야 할 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했다.

다음달까지 '화장시설 집중운영기간'…현장에선 "늘린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17일 오전 9시쯤 서울추모공원 입구 앞에 있는 '바람이 머무는 동안에'라는 추모 벽에 한 남성이 고인을 애도하는 글을 적고 있다. /사진= 양윤우 기자
17일 오전 9시쯤 서울추모공원 입구 앞에 있는 '바람이 머무는 동안에'라는 추모 벽에 한 남성이 고인을 애도하는 글을 적고 있다. /사진= 양윤우 기자

정부는 급증한 화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전국 공설 화장시설 집중운영기간을 마련했다. 정부는 다음 달 중순까지 전국 공설 화장시설 60곳의 운영시간을 연장하고 기존 화장로 1기당 가동 횟수를 하루 평균 3.3회에서 최소 5회 이상, 수도권과 대도시는 최대 7회까지 늘린다. 이를 통해 하루 평균 1044명 수준인 화장 가능 인원을 1580명까지 늘릴 방침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화장로 가동 횟수를 늘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추모공원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전체 화장로 11개 가운데 8개만 가동된다. 화장 수요가 폭증해 일일 가동 횟수를 2회 늘렸지만, 화장로 2개는 고장으로 수리 중이고 1개는 예비용이라서 평소에 쓰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서울추모공원 관계자는 "화장로를 식히기 위해서 1시간 30분이 소요되는데 코로나19 영향으로 화장 건수가 증가하면서 대기 시간이 마지막 회차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며 "이 때문에 벽돌 등 화장로 부품에 상당한 무리가 가서 부품 교체 및 고장이 자주 발생한다"고 밝혔다.

정부의 계획대로 화장 가능 인원이 대폭 증가해도 코로나19 사망자가 더욱 늘어나면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일부터 14일까지 코로나19 사망으로 인한 하루 평균 화장 건수는 194.1건이다. 향후 이날 발생한 코로나19 사망자(429명)보다 100명 더 많은 사망자가 발생하면 정부의 예상치를 뛰어넘게 된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코로나19 사망자 증가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남중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감염내과 교수는 "현재 코로나19 사망자는 코로나 폐렴 악화로 숨진 분과 암 등 (주요) 사망 원인이 있으면서 코로나 진단을 받은 분들이 섞여있는 형태일 것"이라며 "예단하기 어렵지만 사망자가 당분간은 많이 생길 것이고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양윤우 기자

안녕하세요. 사회부 양윤우 기자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