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국민연금은 1988년 출발부터 불완전한 제도였다. 국민연금은 도입 초기 '적게 내고 많이 받도록' 설계됐다. 제도를 안착하기 위해 그렇게 만들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개혁을 전제로 했다. 불완전한 제도의 연속성을 위해선 '적게 내고 많이 받는' 구조를 개혁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었다.
첫번째 개혁이 이뤄진 게 1998년이다. 그때 도입된 게 재정수지 계산이다. 법에서 5년마다 국민연금 재정수지를 계산하도록 규정했다. 재정수지를 토대로 개혁안을 만들도록 했다. 그렇게 2003년, 2008년, 2013년, 2018년 등 4번의 국민연금 재정수지 계산이 이뤄졌다. 국민연금기금이 언제 소진되는지 거론되는게 이 규정에 따른 것이다.
가장 최근의 '5년마다'였던 2018년으로 시계를 돌려보자. 정부는 법대로라면 2018년 3월까지 국민연금 재정수지를 공개해야 했지만, 발표시기를 그해 8월로 미뤘다. 급속한 저출산 기조에 맞춰 통계청이 특별인구추계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렇게 5개월의 시간을 보냈다. 그 사이 각종 추측과 갈등은 이어졌다.
정부는 2018년 8월 국민연금 재정수지를 공개한 후 제도개혁안 마련에 속도를 냈다. 예정대로라면 2018년 10월까지 국민연금 제도개선안을 국회에 제출해야 했다. 하지만 정부가 마련한 안은 청와대에서 수용되지 못했다.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정부안'이라는 위상을 갖지 못했다.
결국 복지부는 그해 12월 '4지 선다형'의 제도개혁안을 공개했지만 국회는 책임을 미뤘다는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 않았다. '5년마다' 국민연금의 재정수지를 계산해야 하고, 이에 따른 제고개선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국민연금법의 규정이 무위로 끝난 것이다. 각종 갈등만 일으킨 채 2018년의 국민연금 논란은 '빈 손'으로 끝났다.
다가오는 '5년마다'는 2023년이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부터 추계위원회를 구성해 내년 3월까지 국민연금 재정수지를 계산한다는 입장이다. 내년 3월까지 마련된 재정수지를 토대로 제도개혁안을 마련할 것이다.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올리는 방안, 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방안 등이 검토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2018년의 경험을 토대로 생각해보면 국민연금법에서 규정한 '5년마다'가 정부의 면죄부가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정부는 법에서 규정한대로 2023년 3월까지 재정수지를 계산하려고 각종 위원회를 구성해 절차를 밟을 것이다. 그리고 내년 연말까지 제도개혁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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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조차 '연금개혁'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내년까지 국민연금 개혁을 기다리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이렇게 시급한 문제라면 굳이 내년 3월까지 국민연금 재정수지 계산을 미루고 내년 연말까지 제도개혁안을 만들 이유는 없다. 당장 올해부터 실행에 나서야 할 정도로 시급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국민연금법에서 규정한 '5년마다'의 규정이 오히려 정부의 국민연금 제도개혁 면죄부가 된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5년을 기다릴 필요가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내년 연말에 나올 제도개선안은 2024년 총선과 맞물려 또다시 '빈 손'으로 끝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