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봐줄 시간이 어디있습니까. 경제팀에서 빠지려면 공황장애 진단받으라는 조언까지 해줍니다."
서울의 일선 경찰서 경제팀에서 근무하는 한 경찰수사관이 하소연했다. 주로 사기, 횡령, 배임 등의 범죄를 다루는 경제팀은 전문성이 필요해 배치된 뒤 상당기간 선임자로부터 업무를 배워야 하는데 경력 1년차 수사관이 와도 선임자가 교육을 제대로 해주지 못한다는 얘기다. 실제 수사부서에서 적응하지 못한 많은 수사관이 공황장애를 호소하며 이탈하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한다.
수사부서 기피현상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하지만 검경수사권조정 이후 기피현상은 더욱 심화했다. 경찰이 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참사 등 6개 범죄를 제외한 모든 범죄에 대한 수사권을 갖게 돼 수사부서 업무 부담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기피 현상은 수사경과 취득 현황에서도 드러난다. 경찰 수사경과 취득자수는 2020년 5020명에서 올해 1879명으로 줄었다. 수사경과란 경찰이 수사 전문인력 양성 차원에서 형사·지능·과학수사 등 분야를 일반경찰과 분리해 운영하는 인사 제도다. 수사경과를 가지고 있어야 수사분야에서 근무를 할 수있다.
경찰은 이같은 현상을 막기 위해 수사부서에 인센티브를 늘리는 등 개선책을 찾고 있다. 올해 경제팀 수사관 특진 인원을 5명에서 30명으로 늘렸다. 수사부서에 특화된 평가체계를 마련하고 '종합포상제도'를 신설해 사건에 파묻혀 승진 기회를 놓치는 기울어진 운동장도 개선할 방침이다. '당근책'을 사용한 결과 나름 성과도 거뒀다. 수사부서에 근무하는 수사경과자 비율이 2021년 하반기 76.2%에서 올해 상반기 72.3%까지 줄었었는데 올해 하반기 들어 다시 77.9%로 늘었다. 수사경과자가 수사부서를 이탈하는 현상이 다소 진정됐다는 얘기다.
하지만 일선에서는 '미봉책'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현재와 같은 운영체제로는 아무리 인센티브를 준다 하더라도 늘어난 업무량을 소화할 수 없다는 것. 윤희근 경찰청장은 기동대 인력 1000명을 수사부서에 배치 하기로 결정했지만 내년에 의경이 완전 폐지되는 상황에서 기동대도 인력이 부족한 것은 마찬가지다. 절대적으로 늘어난 경찰 업무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지에 조직 운영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