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괜히 알면 신경쓰니까..."연차내고 몰래 수험장 지키는 학부모들

[르포]"괜히 알면 신경쓰니까..."연차내고 몰래 수험장 지키는 학부모들

김도균 기자, 박수현 기자, 김미루 기자
2022.11.17 16:59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7일 오후 3시40분쯤. 서울 송파구 방산고 인근 카페에서 A(52)씨가 아내와 함께 재수생 아들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사진=김도균 기자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7일 오후 3시40분쯤. 서울 송파구 방산고 인근 카페에서 A(52)씨가 아내와 함께 재수생 아들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사진=김도균 기자

#서울 송파구에 사는 A씨(52·남)는 17일 오전 8시쯤 재수생인 외동아들을 방산고등학교에 내려주고 인근 식당과 카페에서 하루를 보냈다. 이날 아침 아들에게는 집에 가서 기다린다고 했지만 A씨는 아들의 수험장 근처를 떠나지 못했다. A씨는 "괜히 알면 신경 쓸 테니까 기다린다고 말은 안 했다"고 했다.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이날 학교 앞에서 하루종일 수험생 자녀를 기다리는 학부모는 찾기 힘들었다. 교문 앞에 엿을 붙이고 수험생을 기다리는 모습은 옛 풍경이었다. 하지만 교문 앞을 떠났다고 떨리는 마음으로 자녀를 기다리는 부모 마음마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A씨는 이날 서울 송파구 방산고에서 수능을 보는 재수생 아들을 기다리느라 하루를 꼬박 이곳 근처에서 보냈다. 점심도 근처 식당에서 해결했다. A씨는 점심을 먹고부터는 방산고 근처 카페 2층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 교문과 운동장이 한눈에 보이는 자리였다.

A씨는 아들을 기다리는 동안 휴대폰으로 수능 관련 기사를 찾아보거나 이따금 창밖으로 수험장인 학교를 쳐다봤다고 한다. '아버지가 기다리고 있는 걸 아들도 아냐?'는 기자의 질문에 A씨는 "괜히 알면 신경 쓸 것 같아서 말 안 하고 기다리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A씨는 "작년에는 원하는 결과를 못 얻었지만 1년 동안 열심히 한 걸 지켜봤으니 잘 보고 못 보고를 떠나서 아는 건 다 풀고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서초고 앞에도 오후 3시가 조금 지나자 자녀를 기다리는 학부모들이 하나둘 모습을 보였다. 4교시 한국사, 사회/과학/직업탐구가 끝나는 시간은 이날 오후 4시37분쯤이지만 한시간 반전부터 나와서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C씨(76·여)는 이날 오후 3시쯤 고3 손자를 기다리기 위해 서초고 앞으로 나왔다. A씨는 "평생 고생도 안 하던 아이가 얼마나 떨릴까 싶어서 마음이 안 좋아서 먼저 나왔다"고 했다.

C씨는 "자녀들이 수능을 쳤던 1990년대에는 학부모들이 시험시간 내내 교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며 "그때는 내가 성의를 보여야 자식들도 학교를 잘 갈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자녀의 수능이 처음이 아님에도 떨리는 부모 마음은 마찬가지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박준형씨(46)의 첫째 딸은 3년 전인 2019년 수능을 치르고 이듬해 대학에 입학했다. 박씨의 고3 둘째 아들은 이날 송파구 방산고에서 수능을 치렀다.

박씨는 "첫째 때나 둘째 때나 떨리기는 마찬가지"라며 "오전에는 일하고 일찍 퇴근했는데 회사에서도 일이 손에 잡히지 않더라"고 말했다. 이어 "아이가 체육 쪽 진학을 바라고 있어 수능이 끝나도 실기가 있는 1월까지는 계속 긴장될 것 같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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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균 기자

안녕하세요. 산업1부 김도균 기자입니다.

김미루 기자

안녕하세요. 금융부 김미루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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