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차로 헌팅포차, 2차로 클럽에 갈 거예요."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7일 밤 10시 서울 강남역 앞. 이날 수능을 친 재수생 장윤서씨(19)가 들뜬 목소리로 이같이 말했다. 장씨는 "지난 1년간 경기 남양주의 재수기숙학원에서 공부했다"며 "오늘 수능 시험을 치고 대학생 친구들 3명과 함께 강남역으로 놀러 왔다"고 말했다.
수능을 마친 재수생들은 오랜 수험생활을 끝낸 것을 기념하기 위해 서울 번화가 술집으로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재수생 조민수씨(19)는 "경기 용인의 기숙학원에서 재수했는데 수능 끝나고 친구들과 술 마시러 왔다"고 했다. 일행 김민수씨(19)는 "친구가 재수해서 자주 못 봤는데 오늘 술도 마시고 앞으로 자주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강남역의 술집에서 일하는 직원 A씨는 "지난주 목요일과 비교하면 손님이 10~15% 정도 늘었다"며 "이곳은 주 고객층이 20대라 재수생이 좀 온 거 같다. 작년과 재작년에도 수능 날엔 손님이 좀 많았는데 올해는 코로나가 풀려서 사람들이 꾸준히 몰리는 느낌"이라고 했다.
술집마다 수능을 마친 미성년자들이 술집에 올까 봐 긴장하는 모습도 역력했다. 강남역 인근의 한 프랜차이즈 술집에는 본사 직원 B씨가 직접 나와서 가게 점검을 했다. B씨는 "평소 사무실에서 근무하는데 수능 날이라 미성년자 출입 체크하기 위해 나왔다"며 "오늘 2004년생(만18세) 여자 세 명이 왔다. 청소년들도 다들 성인처럼 입고 와서 신분증 검사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역 앞도 코로나19(COVID-19)의 영향으로 한산했던 예년과 달리 거리는 사람으로 북적였다. 약간 쌀쌀한 날씨에 도톰한 외투를 걸친 사람들은 무리 지어 발걸음을 재촉했다. 가게에선 큰 소리로 가요가 흘러나왔고 몇몇 술집 앞에는 사람들이 입장 줄을 섰다.

반면 수험생들로 늘 북적이던 서울 노량진은 언제 그랬냐는 듯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수능을 본 수험생들이 대거 빠져나간 탓이다. 한 재수종합반 지하 주차장에는 수험생들이 버린 책과 노트로 '산'이 만들어졌다. 이번 수능 시험을 치른 학생들이 주차장에 다시 볼 일 없는 책과 공책들을 쌓은 것이다. 주차 자리 세 칸을 차지한 책 무덤은 사람 키의 절반 높이까지 쌓였다.
노량진에서 노래방을 운영하는 C씨는 "지금 가게에 손님이 네 팀밖에 없다"며 "수능 보고 온 사람들은 한 명도 없다. 그래도 수능이니까 기대를 많이 했는데 수험생은 한 팀도 없었다"고 했다.
독자들의 PICK!
노량진에서 PC방을 운영하는 E씨도 "오늘 손님은 평소보다 없는 편"이라며 "원래 11월엔 사람이 없는데 수능 보고 오는 애들 거의 없어서 이번에도 큰 기대 안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험생 할인 이벤트를 통해 '수능 특수'를 준비하는 곳도 있었다. 노량진 인근의 한 방탈출 카페 직원은 "오늘 수능 보고 온 학생은 한 명도 없었다"면서도 "평소 고등학생들이 많이 찾는 곳이니 수능 끝나고 많이 올 수 있게 수험표를 지참하면 할인해주는 행사를 준비해보자고 사장님께 건의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