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코팡팡' 타고 옆골목서 담배…'단골' 10대들 탈선 장소로[르포]

'디스코팡팡' 타고 옆골목서 담배…'단골' 10대들 탈선 장소로[르포]

김진석 기자, 김도균 기자
2023.02.16 16:53
지난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일대에서 영업하고 있는 놀이시설의 내부 모습. /사진=김진석 기자
지난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일대에서 영업하고 있는 놀이시설의 내부 모습. /사진=김진석 기자

"하늘을 봐. 하얗게 눈이 내려와."

지난 15일 낮 1시쯤 서울 영등포구의 한 골목. 놀이기구 디스코팡팡이 설치된 실내 놀이시설에서 시끄러운 음악이 흘러나왔다. 바로 옆 골목에는 '하얀 눈'이 아닌 '하얀 재'가 흩날리고 있었다.

앳된 얼굴로 디스코팡팡을 찾은 학생들이 털어내는 담뱃재였다. 길바닥에는 갖가지 종류의 담배꽁초가 늘어져 있었다. 바닥에 붙은 가래침 자국도 적지 않다. 역한 냄새도 마스크를 뚫고 들어왔다.

청소년들이 주로 이용하는 디스코팡팡 인근에서 흡연 등 탈선 행위가 자주 목격되고 있다. 청소년들의 탈선 장소로 악용되는 공간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일부에서는 디스코팡팡만의 문제가 아닌 청소년의 놀이공간이 여전히 부족해 생기는 병폐라는 의견도 나온다.

오후 3시 이후 영등포구 디스코팡팡을 찾은 손님들의 연령대는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다양했다. 취재진과 만난 손님들 대부분은 이곳의 단골이었다.

중학생 A양은 "스트레스 풀러 친구들이랑 자주 오는데 3번 정도씩 타고 간다"며 "(탑승권을) 한 번에 많이 사면 VIP가 될 수 있어 용돈 모아서 30장을 사려고 한다"고 말했다.

운행이 끝나자 밖으로 이동한 학생들 중 일부는 골목에서 자연스럽게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10m 거리 식당에서 일하는 30대 손예찬씨는 "매장에서 일하던 중 잠시 뒷문으로 나와 골목을 보면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고 했다.

현행 법령상 디스코팡팡은 청소년 유해시설도 아니며 유원시설업으로 분류돼 야간 청소년 출입제한도 없다. PC방 등 게임물로 분류되는 경우 밤 10시부터 이튿날 오전 5시까지 청소년 출입이 제한되는 것과 대비된다.

인근에 사는 50대 주민 B씨는 "(놀이시설을 찾은) 학생들이 옆 골목으로 들어와 담배를 피우고 침을 뱉는다"며 "매일 치우는데 다음날이면 사방이 꽁초로 가득하다"고 말했다. B씨에 따르면 이곳을 찾는 학생 중 노상방뇨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곳 주민 김모씨(53)는 "골목을 지나칠 때마다 걱정도 되고 화도 난다"며 "학생들 담배 피우고 드러누워 있다고 신고해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구 놀이시설 옆 골목에는 담배꽁초와 침자국이 가득하다./사진=김진석 기자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구 놀이시설 옆 골목에는 담배꽁초와 침자국이 가득하다./사진=김진석 기자

디스코팡팡에서 성인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9월 영등포구에서는 50대 남성이 디스코팡팡을 타던 10대 여중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이 남서은 여중생이 하차한 순간 다가가 "예쁘게 생겼네"라며 머리 등 신체 부위를 만진 것으로 알려졌다.

의정부 지역 커뮤니티에서 중학생 자녀가 있다고 밝힌 한 누리꾼은 "딸이 디스코팡팡을 타러 간다고 한다. 남자애들이 여자애들을 헌팅한다고 하던데 보내기 싫다"는 글을 올렸다. 이에 다른 누리꾼은 "의정부에서 없어졌으면 하는 시설물 중 하나"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 탈선의 근본적 원인은 디스코팡팡이 아닌 다른 곳에 있다고 지적한다. 장소가 문제라기보다는 아이들이 갈 곳이 없다는 게 근본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청소년들의 흡연 등 탈선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라며"아이들이 자신의 욕구와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안전한 장소를 만들어주는 것이 우선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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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균 기자

안녕하세요. 산업1부 김도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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