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일 오전 11시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대형 고시학원 건물 지하 1층에 위치한 B 고시식당. 배식이 시작되자 백팩을 맨 시험준비생들이 모여들었다. 혼자 온 남학생은 벽쪽에 자리를 잡고 친구 대신 백팩과 마주 봤다. 그는 곧바로 일어나 배식대로 걸어갔다. 그리고 원형 그릇에 음식을 잔뜩 쌓아 올렸다. 이날 메뉴는 닭갈비와 채소튀김·배추 겉절이·김치볶음밥. 서울 한복판에서 6000원으로 푸짐한 한 끼를 즐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이다.
B 고시 식당은 지난 6년간 이 자리에서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고시생들의 끼니를 책임졌다. 그랬던 이 식당이 오는 23일 임시 휴업에 들어간다.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식자재값 상승을 견디지 못해서다. 노량진의 주요 고시 식당들이 치솟는 물가에 존폐 위기에 놓였다.

B 고시식당 사장 탁창식씨(66)는 "아침 못 먹고 점심에 3인분을 몰아서 먹는 학생들을 보며 마음이 아파서 이제껏 봉사 차원에서 운영했다"며 "그런데 이제는 치솟는 물가를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탁씨는 "식자재 물가가 3년 전보다 2.5~3배 올랐다"며 "지난해 1월 가격을 5000원에서 6000원으로 1000원 인상했지만 식당을 유지하려면 추가 인상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지금도 가격으로는 현상 유지도 안 되는 상태"라며 "한 달간 시간을 가지면서 가격을 올릴지 폐업할지 고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가격을 올린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인터넷 강의가 활성화되면서 고시생들이 많이 줄기도 했고 학생들의 형편도 전보다 넉넉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노량진의 또 다른 대형 고시식당인 'R식당'은 식자재를 직접 유통하는 방식으로 유통비를 줄이며 운영했다. 비용 절감을 위해 빵과 케이크 등 디저트까지 제빵사를 고용해 직접 만든다.
그런 이곳도 지난 13일 2년 만에 가격을 6500원에서 7500원으로 1000원 인상했다. R식당 사장은 "채소, 정육 등 안 오른 게 없다. 2년 전과 비교하면 식자재 가격이 40% 올랐다"며 "학생들이 여유가 없는 걸 아니까 가격을 올리지 못하고 버티다 존폐 위기를 맞고 결국 올렸다"고 토로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깻잎 평균 도매가격(2㎏)은 2만9600원으로 1년 전 가격인 2만4850원에 비해 5000원(19%) 가까이 올랐다. 밀가루와 식용유도 마찬가지다. 2023년 1월 대형마트 기준 밀가루 가격(1㎏)은 2022년 1월(1448원)과 비교해 22.2% 오른 1769원이었다. 식용유도 4900원에서 27.1% 오른 5200원을 기록했다.
외식물가도 잇따라 인상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올해 1월 김치찌개 백반 평균 가격은 2년 전에 비해 1000원 가까이 오른 7654원으로 파악됐다. 같은 기간 짜장면도 5346원에서 6569원으로 1200원(23%) 넘게 올랐다.
고시식당의 가격이 오르자 라면·냉동 식품 등으로 끼니를 때우는 학생도 눈에 띈다. 노량진 고시촌에서 2년간 살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최모씨(27)는 "처음 노량진에 왔을 때 고시식당 가격이 5000원이었다. 그때는 자주 찾았지만 요즘은 비싸서 거의 안 간다"며 "오늘은 자취방에서 짜장 라면을 만들어 먹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림동에서 5급 공무원을 준비하는 안모씨(26)도 "고시식당 가격이 오른 걸 보면 물가가 올랐다는 것을 체감한다"며 "주변 시험준비생들은 인터넷에서 한 끼 3000원짜리 냉동 도시락, 볶음밥을 대량으로 사서 끼니를 때우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