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근로시간 개편안을 발표하자 온라인에서 실현 가능성이 낮은 살인적인 '주69시간' 근무표가 등장해 인기를 끌고 있다. 직장인들은 "웃긴데 웃을 수가 없다"는 등의 자조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7일 온라인에서 화제인 주 69시간 근무표는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오전 9시부터 이튿날 오전 1시까지 일을 하고 금요일은 자정까지 일을 하는 것을 가정하고 있다. 정부 개편안을 보고 한 누리꾼이 나름의 해석을 통해 만든 시간표로 풀이된다.
그러나 전날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을 살펴보면 이 같은 근무표는 실현이 어렵다. 정부 안에 따르면 근무일 사이 11시간 휴식이 보장되지 않는 경우 주 최대 근무시간은 64시간이다. 최대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는 경우는 근무일 사이 11시간 휴식이 보장됐을 경우다. 온라인상 근무표의 근무자는 오전 9시 출근이 고정돼있기 때문에 주 최대 64시간까지 일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
또 월 연장근로 상한은 현재와 동일하기 때문에 이를 매주 적용할 수도 없다. 정부 안의 핵심은 현행 주 52시간제(기본 40시간+최대 연장 12시간)의 기본 틀을 유지하면서 연장 근로 단위를 월~연 단위까지 확대하는 것이다. 단위 기준별 최대 연장 근로시간은 △월 52시간(12시간X4.345주) △분기 140시간 △반기 250시간 △연 440시간이다.
한 주에 29시간 연장근무를 포함해 69시간을 일하게 되면 남는 상한은 23시간이다. 이 23시간을 3주에 배분하지 않고 한 주에 다시 몰아서 일하게 되면 남는 2주 동안은 기본 근로 시간인 40시간을 준수해야 한다.
직장인 상당수가 주 최대 근무시간 확대 자체에 반발하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비현실적인 근무표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출판업계에서 일하는 김모씨(30)는 "초과근무를 줄여나가는 것이 시대적으로나 세계적으로나 맞다고 보는데 오히려 확대하는 건 퇴행이라고 본다"며 "정말 한 주에 69시간을 근무하면 그 노동자가 겪는 신체적·정신적 타격이 얼마나 되는지를 먼저 따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특히 포괄임금을 적용받는 근로자들의 우려가 크다. 초과근무에 관계없이 임금이 책정돼 현재도 초과근무에 놓이는 일이 많기 때문에 월 전체 근무시간이 늘 수 있지 않냐는 이야기다. 스타트업에 종사하는 조모씨(33)는 "지금도 자정쯤 퇴근하는 일이 빈번한데 정부가 말한대로 바뀌면 기업은 눈치를 보지 않고 연장근로를 시킬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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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대기업에 근무하며 포괄임금을 적용받는 이모씨(31) 역시 "그 정도의 초과근무가 발생하는 사업장이라면 연장된 근로시간이 결국 표준으로 자리잡을 것 같다"고 밝혔다.
반면 시기별로 업무량의 격차가 큰 직종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이 나온다. 야근이 잦은 게임업계에 종사하는 이모씨(38)는 "게임을 런칭하는 등 일이 많을 때는 현재 주 52시간으로도 모자른 경우가 있어서 유연하게 운용하면 오히려 좋을 수도 있다"고 했다.
직장인들은 제도가 시행될 경우 실제 근무시간이 늘지 않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해달라고 주문한다. 제조업체 사무직으로 일하는 직장인 B씨(31)는 "일부 사업장에서는 휴식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든다"며 "고용노동부 등 관련기관의 감독이 중요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경직적인 근로시간 설정은 해결할 필요가 있었기에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는 면은 긍정적"이라며 "현재 69시간 얘기까지 나오는 주당 최대 근로시간에 대해 노사가 합의할 수 있도록 하고 주 52시간을 넘는 경우에는 추가적인 보상 체계도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