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락거지 봤잖아" 대출, 또 대출…2030 영끌 못 끊은 이유

"벼락거지 봤잖아" 대출, 또 대출…2030 영끌 못 끊은 이유

심재현, 박다영 기자
2023.04.20 16:50

[MT리포트-빚에 떠밀린 청년들, 파산 내몰린 기업들]② 경제 좌절감에 빚더미 투자, 3고(高) 소용돌이에 자포자기 가속

[편집자주] 빚에 떠밀려 회생 파산을 신청하는 2030대가 역대 최대다. 빚투와 영끌에 올인했다 회생법원 앞에 줄선 청년들이 경제회복의 최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기 침체 속에서 회생보다 파산을 선택하는 기업들도 크게 증가했다.

직장인 김모씨(29)는 2년 전 대출을 받아 주식과 코인 투자를 시작했다. 이미 대학 학자금 대출로 2000만원의 빚을 지고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딘 터였다. 주변에서 "'빚투(빚내서 투자)하다가 큰일 난다"고 말렸지만 전셋집이라도 마련하려면 월급으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오히려 투자금액을 늘렸다. 하지만 주식·코인시장은 곤두박질하기 시작했고, 김씨의 빚은 8000만원으로 늘었다. 이자를 갚기도 벅차게 되자 김씨는 올 2월 서울회생법원에 개인회생을 신청했다.

지난해 2030세대의 개인회생이 급증한 데는 청년세대가 느끼는 경제적 불안감이 뿌리깊게 박혀 있다. 착실하게 월급을 모아 자산을 늘리려던 부모·선배 세대들이 2017~2021년 부동산·주식·코인 열풍 앞에 좌절하는 것을 목격하면서 빚투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로 내몰린 20·30대가 결국 또 쓴맛을 봤다는 얘기다. 감당할 수 없는 빚더미에 법원 앞에 줄 선 청년들의 모습이 한국 경제의 성장엔진에 파인 상처를 비춘다는 탄식이 이어진다.

3곳 이상의 금융회사에 빚을 진 다중 채무자 가운데 20·30대의 증가폭이 가장 큰 것도 청년세대의 불안감을 보여준다.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3곳 이상의 금융회사에 빚을 진 다중 채무자 447만4000명 가운데 2030세대가 141만9000명으로 1년 사이 6만5000명 늘어 40~60대를 압도했다.

지방법원 파산부 판사 출신의 변호사는 "사회 초년생이 대부분이어서 금융 활동이 많지 않은 20대와 30대가 은행마다 빚을 지고 결국 회생법원까지 찾아가는 현상은 결코 일반적이지 않다"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회생·파산을 상담하러 찾아오는 20·30대가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주요 10개 증권사 기준 20·30대의 신용융자잔액이 2021년 6월말 기준 3조6000억원으로 2020년 6월말 1조9000억원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2030세대에서 빚을 낸 투자가 1년 새 곱절로 늘었다는 의미다.

올해 들어 이런 추세는 더 가팔라졌다.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올해 3월 개인회생 신청 건수는 1만1228건으로 서울회생법원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최고를 기록했다. 지난해 월 평균 7000건대였던 개인회생 신청 건수는 11월 9085건, 12월 8855건을 기록하다 올해 들어 1월 9216건, 2월 9736건에 이어 3개월째 증가세를 보였다. 올 들어 3월까지 개인파산 누적 신청도 1만12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904건)보다 200건 이상 늘었다. 지난해 상황에 비춰보면 개인회생·파산 신청자의 절반 이상이 20·30대로 추산된다.

올해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3고(高) 소용돌이가 계속되면서 빚에 허덕이는 20·30대의 자포자기가 가속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법조계 안팎에서 개인회생·파산 건수가 월 1만건대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올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손석우 건국대 겸임교수는 "가계와 개인들이 버틸 체력을 잘 비축하는 게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라며 "정부에서도 저신용자나 저소득층,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이 회생불가능한 수준으로 가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지원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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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현 기자

머니투데이 뉴욕 특파원입니다. 뉴욕에서 찾은 권력과 사람의 이야기. 월가에서 워싱턴까지, 미국의 심장을 기록하겠습니다.

박다영 기자

안녕하세요. 스토리팀 박다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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