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방 이래 최악의 대재앙"
2016년 8월 29일. 그해 10호 태풍 라이언록이 함경북도 두만강에 상륙했다. 라이언록은 하루 최대 292㎜의 비를 뿌려대며 두만강 유역을 휩쓸었다.
빗발은 거셌다. 이틀 만에 두만강이 범람했으며, 3층짜리 아파트가 침수됐다. 한 주민은 자유아시아방송 등 외신과 인터뷰에서 "두만강 물이 10m가 넘는 강둑을 넘어 들어왔다"며 "평소보다 수위가 15m는 넘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UN OCHA)는 지난 50~60년간 최악의 재앙이라는 분석까지 내놨다.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관영매체에 따르면 이 홍수로 138명이 숨지고 400여명이 실종됐다. 마을 전체가 토사에 매몰되는 등 가옥 3만여채가 파손돼 이재민 14만명이 발생했다.
학교, 유치원, 보육원 등 공공건물 900여채가 손상됐고, 도로 180여개 구간과 다리 60여개가 유실됐다. 중국과 국경에 있던 세관 및 교량마저 유실돼 무역에도 차질이 생겼다.
설상가상 60만명이 식수난과 의료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으며, 오염된 식수로 인해 대장염과 콜레라가 확산했다.
대북매체 자유북한방송은 "북한의 상·하수도 시설이 사실상 붕괴했다. 이로 인해 주민들은 눈으로 보기에도 더럽고 오염된 강물을 식수로 사용해왔다"며 "집단숙식을 하는 주민들, 특히 노약자와 어린이들이 설사와 복통을 호소하며 죽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 당국의 대응도 피해를 키웠다.
당국은 백두산영웅청년발전소(청년댐), 서두수발전소(서두수댐)가 만수위를 넘기자 예고도 없이 방류했다. 유입량과 같은 양의 물이 한 번에 쏟아지면서 두만강 유역에 있던 마을이 모두 침수되는 피해를 봤다.
한 소식통은 당시 물난리가 북한의 무단 방류로 벌어진 인재였다며 "이번 재난은 당국이 발전소용 댐이 넘치자 갑자기 물을 방류해 벌어진 사고다. 단 몇 시간 만에 두만강 유역의 마을들이 잠겼다"고 전했다.

북한 당국은 피해 복구에 모든 역량을 동원했지만, 큰 진척은 없었다. 전시 예비물자로 갖고 있던 시멘트와 철강재 등 건축 자재가 국가건설 사업에 쓰이면서 거의 다 고갈된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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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아시아방송은 함북의 한 소식통을 인용해 "산사태로 막힌 도로를 열어야 하는데 불도저나 굴삭기 같은 장비가 전혀 없어 순수 인력으로 돌과 흙을 치우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국제사회의 제재에 끄떡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전시 예비물자를 타산(계획) 없이 쓰다가 정작 큰물 피해가 발생하니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됐다"고 밝혔다.

북한은 결국 국제사회에 도움을 호소했다. 그해 9월 14일 몽골, 베트남 등 아시아 9개국과 '정세통보모임'을 갖고 피해 복구에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평양 주재 유엔조정관실도 앞으로 6개월간 함경북도 회령시와 무산군, 연사군, 온성군, 경원군, 경흥군 등 6개 지역의 수재민 60만명을 돕는데 2820만달러(약 316억원)가 필요하다며 국제사회를 상대로 모금에 나섰다.
다만 국제사회의 분위기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북한이 물난리 와중에 5차 핵실험을 강행하면서다. 중국, 러시아, 스웨덴, 스위스만이 북한에 도움의 손길을 건넸다.
워싱턴포스트는 "북한 당국이 구호단체에 지원을 요구했고, 구호단체 관계자들이 국제사회에 지원을 호소하려 계획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타이밍이 너무 좋지 않다.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 김정은을 제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고 지적했다.
또 유엔아동기금(UNICEF) 등 여러 국제기구가 대북 지원을 희망하고 있으나, 여러 해 동안 대북 지원기금 모금에 어려움을 겪어왔고 그로 인해 대북지원사업을 축소해야 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