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마약청정 무너진 인프라]③난도 높아지는 마약수사

마약사범들의 수법은 점점 진화하고 있다. 신종 마약이 급증하는 등 마약 자체도 진화한다. 마약 예방과 수사, 재활·치료 인프라가 변화하는 마약 환경에 맞게 발전해야 하는 이유다.
김대규 경남경찰청 광역수사대 마약범죄수사계장(경정)은 머니투데이 기자에게 시시각각 진화하는 마약사범을 상대해야 하는 고충을 들려줬다.
김 계장은 "마약사범들이 자기가 당한 수사 기법을 공유한 뒤 그를 피할 방법을 만들어내는 등 수사망을 회피하고 있다"며 "최근 마약 거래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은밀하게 이뤄지면서 조직을 일망타진하는 일이 어려워졌다고"도 했다.
통상 마약수사는 구매자를 잡은 뒤 전달책을 잡고 상선까지 올라가는 '계단식' 수사가 이뤄진다. 하지만 최근에 마약 거래는 점조직 형태로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윗선까지 수사망을 넓히기가 어렵다는 설명이다.
진화하는 건 범죄자들만이 아니다. 마약 그 자체도 진화하고 있다. 마약성 진통제로 시작해 널리 퍼진 '펜타닐'이 대표적이다. 김 계장은 "신종 마약이 자꾸 생기고 국내로 들어오고 하니 그것들에 대한 정보를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약을 수사하는 경찰들은 마약사범을 검거해도 증거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한다. 마약사범들은 통상 감시를 피해 은밀한 곳에서 마약을 투약한다. CCTV(폐쇄회로TV) 등 외부 증거는 소용없는 경우가 많아 소변, 모발 등 체내 증거 확보가 중요하다. 그러나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지 않는 이상 피의자의 동의가 없으면 직접적인 증거를 확보하기 어렵다.

일선에서 마약 수사를 하는 A 경찰관은 "길거리에서 비틀거리는 시민이 있어 경찰이 출동한다 해도 소변이나 모발을 달라고 하면 주겠느냐"고 했다. 이어 그는 "흉기를 든 사람은 바로 현행범 체포를 하고 흉기도 압수할 수 있지만 마약 투약의 증거인 소변과 모발은 그럴 수 없다"고 밝혔다.
어렵게 증거를 확보한다고 해도 범죄 혐의를 입증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모발, 소변 등 체내 증거로는 투약 시점을 대략적으로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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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변은 검출 전 3~5일 사이 투약 여부를 알 수 있다. 모발의 경우 1년 이전에 투약한 여부를 알 수 있지만 정확한 시점을 알 수 없다. 국과수는 모발을 3cm 단위로 잘라 분석하는데 일반적으로 사람이 1개월에 1cm 가량 머리가 자라나는 것을 감안하면 3개월치다.
이렇게 되면 마약이 검출돼도 투약 시점은 '3개월 사이 언젠가'로 산출된다. 예컨대 모근 3~6cm 구간에서 마약 반응이 나왔다면 검출 6개월 전부터 3개월 전 사이 시점에 투약을 한 것이다.
이는 정확한 시점이 아닌 만큼 재판 단계에서 증거능력을 인정받지 못하기도 한다. 판례를 보면 마약 투약 기간이 1개월 이내로 특정되지 않은 경우 법원이 공소를 기각을 한 경우도 있다.
일선 경찰들은 투약 시점을 특정하기 위해 마약사범의 진술에 의존하게 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최성현 서울 관악경찰서 마약수사팀장(경감)은 "수사기관은 최대한 투약시점을 특정하기 위해서 상당한 수사력을 소모해야 한다"며 "그래도 특정이 안되면 피의자의 자백이 매우 중요한 증거가 되기 때문에 간혹 피의자에게 끌려다니게 되기도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법원이 3개월 단위의 투약 증거에 대해서도 인정을 해주거나 그렇지 않으면 국과수의 모발 분할 단위를 1cm로 줄여서 투약 시점을 보다 좁히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