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기증, 국민 인식개선이 먼저다[기고]

장기기증, 국민 인식개선이 먼저다[기고]

김동엽 (재)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상임이사
2023.11.16 05:00

얼마 전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개정안 발의에 관한 기사를 봤다. 개정안의 주 내용은 사망자가 생전에 장기 등의 적출에 동의한 경우라면 사후 유족이 이를 거부할 수 없도록 한다는 것이었다. 장기기증에 대한 '자기 결정권'이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자주 대두되는 만큼 논의 역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벌써 21대 국회에서만 관련 개정안 발의가 3번째 이뤄졌다. 국내에서 이런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것은 장기기증 희망등록이 법적 효력을 갖지 않기 때문이다. 생전 장기기증 희망등록을 통해 의사를 밝혔다 하더라도 뇌사시나 사후의 장기기증 결정은 온전히 남은 가족의 몫이다. 가족이 반대하면 기증은 이뤄지지 않는다. 이에 법 개정 취지에 공감하지만 현실적으로 부딪히게 될 문제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현행법에서는 가족 중 선순위자 1인이 서면 동의를 하면 장기기증이 이뤄질 수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선순위자 1인이 아닌 가족 구성원 전체가 장기기증에 공감하고 동의해야 무리 없이 기증 절차가 이뤄질 수 있다. 가족 중 선순위자인 배우자 또는 자녀가 동의해도 고인의 부모나 형제가 강하게 반대하면 법과 상관없이 장기기증이 어렵다.

이는 우리나라만의 특별한 현상은 아니다. 전 세계에서 장기기증이 가장 활발한 국가인 미국도 기증 희망자 본인의 장기기증 의사를 존중하지만 실제 기증 상황 발생 시 가족이 반대하면 장기 적출을 진행하지 않는다. 국가나 문화와 상관없이 사랑하는 사람을 한순간에 잃은 유가족에게 법을 근거로 장기기증 동의를 요구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얼마 전 장기기증 캠페인에서 만난 한 중년 부부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했다는 부부는 자녀에게 해당 사실을 이야기했다 뜻밖의 반응을 마주했다. 자신들과 사전 논의 없이 의향서를 작성했다는 것에 굉장히 서운한 마음을 내비친 것이다. 그 때문에 장기기증 희망등록이 망설여진다고 했다. 부부와 그 자녀의 심정이 충분히 이해됐기에 장기기증 희망등록에 앞서 가족과 논의해볼 것을 권유했다. 마침 근처에 사는 자녀가 중년 부부와 함께 다시 캠페인 현장을 찾았고 자세한 설명을 들은 자녀는 부부와 함께 그날 장기기증 희망등록에 참여했다.

장기기증 활성화 대책은 반드시 필요하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장기이식을 기다리다 사망한 환자는 2912명, 일 평균 7.9명에 이른다. 인구 100만 명당 뇌사 장기기증인 수는 스페인이 46.03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고 그 다음은 44.5명인 미국이다. 한국은 7.88명으로 격차가 크다.

유럽과 미국 등에서 장기기증 운동에 참여한 사람들을 만났을 때 인상적인 부분이 있었는데 바로 평소 가족과 장기기증 의사를 적극적으로 나눈다는 것이다. 앞선 캠페인에 만난 중년 부부와 자녀처럼 장기기증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깊이 있게 소통하다보면 높은 진입장벽도 서서히 낮아진다.

이처럼 장기기증 활성화는 법 제정만으로 실현하기 어렵다. 인식 개선을 돕는 교육이나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위한 노력과 함께 제도적인 정비가 이뤄져야 한다. 그러면 법으로 강제하지 않아도 생전 장기기증을 향한 고인의 선한 뜻이 지켜지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다.

김동엽 (재)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상임이사
김동엽 (재)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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