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후] '몸값 860억'된 횟집 아들…그 뒤엔 물차 태워 7시간씩 달린 父

[스토리후] '몸값 860억'된 횟집 아들…그 뒤엔 물차 태워 7시간씩 달린 父

채태병 기자
2024.01.06 07:00
[편집자주] 뉴스와 이슈 속에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통해 뉴스와 이슈를 짚어봅니다.
축구선수 김민재가 지난 2일 오후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서 열린 '2023 대한축구협회(KFA) 어워즈'에서 올해의 선수 트로피를 받은 뒤 소감을 전하고 있다. /2024.01.02. /사진=대한축구협회
축구선수 김민재가 지난 2일 오후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서 열린 '2023 대한축구협회(KFA) 어워즈'에서 올해의 선수 트로피를 받은 뒤 소감을 전하고 있다. /2024.01.02. /사진=대한축구협회

"통영OOO횟집 아들 김민재 선수 축구 금메달 획득"

2018년 9월 '제18회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 마무리된 후 경남 통영시 통영중앙전통시장 입구에 걸린 현수막의 문구다.

당시 K리그 전북 현대 모터스 소속이었던 22세의 김민재는 아시안게임에서 주전 수비수로 활약, 대한민국이 축구 부문 금메달을 획득하는 데 기여했다.

김민재의 부모는 2017년까지 통영중앙전통시장에서 테이블이 6개인 작은 횟집을 운영했다. 이에 시장 상인회에서 한솥밥을 먹던 식구 아들의 경사를 축하하고자 현수막을 게시한 것이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세리에매니아' 캡처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세리에매니아' 캡처

어린 시절 김민재는 횟집에 달린 좁은 방에서 살았다. 학창 시절 새 축구화를 구하기 어려워 선배들이 쓰던 축구화를 물려받기도 했다. 그러나 김민재는 낭중지추(囊中之錐, 주머니 속의 송곳)였다. 한반도 남쪽 끝에서 공을 차던 어린 김민재는 17세 이하 대표팀에 소집됐다.

당시 김민재의 나이는 16세. 그의 부모는 어린 아들을 경기 파주시에 있는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로 혼자 보낼 수 없었다. 김민재 아버지는 자신의 물차(생선 이동용 트럭)에 아들을 태우고 7시간 동안 고속도로를 달려, 아들이 계속해서 꿈에 도전할 수 있도록 했다.

남해와 임진강을 오가던 소년은 이제 6000만유로(약 860억원)의 사나이가 됐다. 독일 분데스리가를 넘어 유럽 전체에서 손꼽히는 명문 구단 바이에른 뮌헨 소속이 된 김민재, 그는 아시아 최고 몸값 선수이자 2023년 대한축구협회(KFA) 올해의 선수가 됐다.

손흥민 뒤이을 슈퍼스타…"韓 역대 최고의 수비수"
/사진=대한축구협회(KFA)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사진=대한축구협회(KFA)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김민재가 KFA 올해의 선수로 선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직전 4년(2019~2022년) 동안 올해의 선수는 모두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이 독식했다. 5연속 수상에 도전한 손흥민의 아성을 김민재가 깬 셈이다.

남자부 2023년 올해의 선수 투표에서 김민재는 137점을 얻어 손흥민(113점)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84점)을 따돌리고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수비수가 올해의 선수에 선정된 것은 2015년 김영권(울산 HD) 이후 8년 만이다.

지난해 김민재는 최고의 활약을 뽐냈다. 이탈리아 세리에A의 SSC 나폴리 입단(2022년 7월) 한 시즌 만에, 33년 만의 나폴리 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김민재는 2022-2023시즌 세리에A에서 35경기 2골 2도움을 기록했다. 공중볼 경합 92회(리그 2위), 클리어링 122회(4위), 전체 경합 승리 157회(10위) 등 수비 관련 지표에서도 상위권에 오른 김민재는 '리그 최고의 수비수'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상에 아시아 선수가 이름을 올린 것은 김민재가 유일하다.

바이에른 뮌헨의 김민재가 23일 독일 뮌헨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분데스리가 보훔과의 경기에 나선 모습. /2023. 9. 24. /AFPBBNews=뉴스1
바이에른 뮌헨의 김민재가 23일 독일 뮌헨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분데스리가 보훔과의 경기에 나선 모습. /2023. 9. 24. /AFPBBNews=뉴스1

자타공인 월드클래스 수비수가 된 김민재는 지난해 7월 독일 분데스리가 최고의 팀인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했다. 김민재에게 푹 빠진 뮌헨은 그를 영입하고자 무려 5000만유로(약 720억원)에 달하는 바이아웃 금액을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8년 6월까지 뮌헨에서 뛰게 된 김민재의 연봉은 약 170억원으로 추정된다.

김민재는 국가대표로서도 지난해 8번의 A매치에 출장, 6경기 연속 무실점에 앞장서는 등 만점 활약을 보였다. 김민재는 오는 12일 개막하는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에 참여해 63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한다. 한국은 초대 대회(1956년)와 2회 대회(1960년)에서 아시안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바 있다.

한국 대표팀과 바이에른 뮌헨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선수가 된 김민재에 대해 축구계 인사들은 "역대 최고의 한국인 수비수"라는 찬사를 보내고 있다. 국가대표 선배 이천수는 개인 유튜브 채널을 통해 "포백(4명의 선수로 수비 라인을 구성하는 것)에서 민재의 가치는 홍명보(현 울산 HD 감독) 형보다 높다"며 "과거 한국의 모든 센터백과 비교해도 민재가 1등"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왜 가?", "태극마크 무시하냐"…역경도 있었다
국가대표 축구선수 김민재가 17일 경기 수원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베트남과의 경기에서 골을 넣은 뒤 동료 황희찬과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2023.10.17. /뉴스1
국가대표 축구선수 김민재가 17일 경기 수원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베트남과의 경기에서 골을 넣은 뒤 동료 황희찬과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2023.10.17. /뉴스1

2017~2018년 전북 현대 모터스 소속으로 'K리그 베스트 11'에 연속으로 선정되며 한국 무대를 평정했던 김민재. 그는 2019년 1월 중국의 베이징 궈안으로 이적했다. 그러자 축구 팬들은 "촉망받던 수비수가 돈 때문에 유럽이 아닌 중국행을 택했다"며 김민재를 향해 비난의 목소리를 냈다.

이후 김민재는 2021년 8월 중국을 떠나 튀르키예(터키)의 페네르바체 SK로 이적하면서 유럽 무대 도전에 나섰다. 김민재는 당시 상황에 대해 "중국 이적 결정으로 말이 많이 나왔고 그때 상처도 많이 받았다"면서도 "결과적으로 중국에 갔기 때문에 유럽 진출도 가능했던 거다. 그땐 (중국 구단들이) 큰돈을 써 명장과 유명 선수들을 사들였고, 그들과 함께하며 내가 많은 걸 배웠다"고 밝혔다.

지난해 3월에는 국가대표보다 소속 구단 나폴리에 집중하고 싶다는 발언을 했다가 국내 축구 팬들에게 뭇매를 맞기도 했다. 당시 한국 대표팀은 우루과이와의 평가전에서 1대 2로 졌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김민재는 "지금 멘탈적으로 많이 무너진 상태"라며 "대표팀보다는 소속팀에 신경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
/사진=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

해당 논란은 김민재가 개인 인스타그램에 사과문을 게시하면서 일단락됐다. 그는 사과문을 통해 자신의 인터뷰가 경솔했다며 "국가대표 선수로서 신중하지 못한 점, 성숙하지 못한 점, 실망했을 팬분들에게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크고 작은 역경이 있었으나 김민재는 이를 이겨내고 세계 최고의 수비수 중 한 명으로 성장했다. 김민재는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종료 후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유퀴즈)에 출연, 지금의 나를 만들어 준 순간에 대해 "아버지 생선 트럭을 타고 통영에서 파주로 갔던 7시간"을 꼽았다.

김민재는 "그때 당시엔 어린 마음에 아버지의 물차를 타고 훈련장에 가는 게 부끄러웠다"며 "하지만 지금은 (아버지가) 자랑스럽다. 바쁘신 와중에도 날 위해 그 먼 거리를 직접 운전해 오가셨던 거니까…"라고 부친의 사랑에 감사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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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태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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