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떠난 의사들…법조계 "민사상 책임도 지울 수 있다"

병원 떠난 의사들…법조계 "민사상 책임도 지울 수 있다"

김지성 기자
2024.02.23 05:00

전문가 "책임 다하지 않은 의료진에 민사상 책임도 물을 수 있다"

22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사진=뉴스1
22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사진=뉴스1

전공의 업무 중단이 현실화하자 정부와 수사기관은 강경 대응 방침을 나타낸 가운데 이들에게 현형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정부는 전날 의료계 집단행동 관련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의료현장에 복귀하지 않고 집단행동을 주도하는 주동자 등에 대해 구속수사 원칙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의료법과 공정거래법 위반, 업무방해죄 등을 적용해 처벌할 수 있다는 취지다.

법조계에서는 의사 단체에 대해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처벌이 가능하다고 봤다. 업무방해죄에 대해선 위력을 행사한 주체 유무에 따라 적용 여부가 갈릴 전망이다. 아울러 환자들이 병원을 떠난 의사를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전공의 단체 행동에 업무방해죄 적용 여부, 의견 엇갈려

법률 전문가들은 전공의 집단 사퇴를 두고 업무방해죄를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엇갈린 의견을 내놨다. 결과적으로 원활한 업무가 불가능해진 데 대한 책임을 물 수 있다는 의견과 주동자 없는 개별 결정이므로 해당 사항 없다는 주장이 맞선다.

의사 출신 A변호사는 "물론 개인적인 이유로 그만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 전공의에게 정당한 사정이 있다고 봐주기 어려워 보인다"며 "특별한 사유 없이 인수인계도 없이 갑작스럽게 그만둔 것에 대해 업무방해죄 적용이 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형법상 업무방해죄가 성립하기 위해선 위계, 위력, 허위사실 유포 등이 수단이 돼야 하는데 전례와 달리 주동자 없이 각 의사의 행동에 따라 나타난 결과라면 이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왔다.

익명을 요청한 의료법 전문 B변호사는 "위력이라면 단체로 행동해 다른 전공의의 업무를 방해하는 등 행위가 이뤄져야 하는데 이번처럼 개별적 분노에 의한 결과라면 업무방해죄 인정이 어려울 수 있다"며 "2014년에도 해당 혐의에 대해 무죄가 나왔다"고 말했다.

2014년 원격의료 도입, 영리병원 추진 반대 시위로 노환규 당시 의협 회장 등 2명이 기소됐지만 '파업 동참의 강제성이 없었다'는 판단에 무죄가 선고됐다.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 적용 가능…다만 전공의단체 아닌 의사협회

공정거래법 위반 처벌은 더 현실성이 있다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2000년과 2014년 발생한 비슷한 사건에 대해 의사협회에 현행 공정거래법 51조 1항 3조를 적용해 시정명령 처분을 내린 적 있다. 이 조항은 사업자단체가 구성사업자의 사업이나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하면 안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이번에 집단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에게는 적용이 어려울 전망이다. 공정거래법이 개인이 아닌 사업자로 구성된 사업자단체에게 적용되기 때문.

의사 출신인 C변호사는 "사업자단체에 적용되는 범죄이므로 전공의 단체에 적용하기엔 애매한 부분이 있다"며 "사업자인 의사 개인으로 구성된 의사협회에는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22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들이 수납창구에서 대기하고 있다. /사진=뉴스1
22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들이 수납창구에서 대기하고 있다. /사진=뉴스1
환자 피해 발생 시 민사상 책임 물을 수 있어

이와 별도로 의료 공백 장기화로 환자 피해가 발생하면 환자가 의료진을 상대로 한 민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C변호사는 "환자가 책임을 다하지 않은 의료진에 대해 적어도 민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며 "경우에 따라 형사 책임도 가능할 수 있다. 응급실이 아닌 병동에는 환자가 상주한 상황이었으니 향후 상황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B변호사는 "사직한 지 얼마 안 된 상황에서도 환자들에게 진료나 수술 등 차질이 빚어지는 상황에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 규모는 커질 것"이라며 "차후 법원이 형량을 결정할 때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증원 후 정책 평가, 필수의료 예산 확충 등 대안 고려할 때

의사 출신 변호사들은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결국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것으로 보고 정부와 의사들의 소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청한 의사 출신 변호사는 "필수의료 위기 문제는 의사 증원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며 "의사 수를 늘리는 것은 대안 중 하나일 뿐 지역 의사제를 도입하거나 필수의료 관련 예산을 확충하는 등의 방법과 같이 가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또 다른 의사 출신 변호사는 "이번 정책에 대해 국민 신뢰가 높은 상황에 의료계에서도 국민 여론을 설득하기 위한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며 "의대 정원을 점진적으로 늘려 5년, 10년마다 정책을 평가해보자는 식의 전문가 대안이 나오고 있으니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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