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직도 기다린다고?"
24일 낮 1시쯤 서울 성동구 성수동 중심가에 위치한 무신사 아울렛 팝업 매장. 널찍한 창고형 매장 앞에 150여명이 옷을 사려 줄을 늘어섰다. 매장에서 내부 입장 인원을 200명으로 제한하면서 입구부터 장사진을 이뤘다. 팝업 첫 날인 어제도 낮 12시 영업 시작 시간부터 300여명 인파가 모였다.
20대 여성 이모씨는 "오늘 낮 12시 오픈하기 20분 전쯤 와서 30분 정도 기다려 옷을 사고 나왔다"며 "아직도 사람들이 기다리는 게 신기하다"고 매장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짧게는 하루, 길게는 2~3달 운영하는 마케팅 방식인 팝업스토어 열풍으로 주말마다 서울 성수동에 시민들이 모여든다. 그 인기만큼 임대료가 오르면서 토박이 상인들은 성수동을 떠나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이날 무신사 팝업 매장에서 500m쯤 떨어진 연무장길 유니클로 팝업에도 20여명이 줄을 섰다. 일대에 패션·잡화를 취급하는 편집숍, 브랜드 매장들마다 10여명씩 쇼핑을 하기 위해 대기 줄을 이뤘다. 직선거리 1㎞ 남짓의 연무장길은 팝업의 중심지로 통한다.
최모씨(28)는 "같은 옷이나 화장품을 사도 다른 매장에 비해 사은품 행사가 많다는 게 팝업의 장점"이라며 "다른 지역 매장에는 안 풀린 신제품이나 한정판 물건도 있어서 구경만 해도 시간이 간다"고 말했다.
50대 남성 김모씨는 "요즘 젊은 사람들 보려면 성수동에 오면 된다"며 "줄은 서서 길을 막고 있는데 무엇을 파는지, 사진은 왜 찍는지 나는 모르니까 이해할 수 없을 때도 많다"고 했다.


같은 시간 성수동 중심가에서 성수역을 사이에 두고 떨어진 '수제화 거리 공동판매장'은 한적했다. 성수역부터 뚝섬역까지 일렬로 세워진 컨테이너형 박스 숍은 3개 중 2개꼴로 휴무일이었다. 성수역에서 나온 행인들도 진열된 가죽 구두를 흘끗거렸지만 금세 거리를 지나쳐 갔다.
지금은 공동판매장에서 공방을 운영하는 54년차 구두 장인 박광한씨(69)는 5년 전만 해도 연무장길에서 영업을 이어갔다. 1990년대 성수동에 수제화 업체와 그 수제화를 만드는 데 쓰는 가죽, 굽 등 자재 업체가 모이면서 박씨도 연무장길에 터전을 잡았다고 한다.
그러다 최근 5년 새 임대료가 치솟으면서 기존 임차인들은 거리를 떠났다. 특히 600여개에 이르던 연무장길 자재 업체 소상공인들이 큰 타격을 입었다. 박씨도 성동구청에서 임대료를 지원하는 공동판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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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씨는 "구두 하나를 제작할 때 수많은 자재가 들어가는데 예전에는 바로 옆 가게에서 가죽, 그 옆 가게에서 굽을 공수해 올 수가 있었다"며 "600개 되던 업체들이 지금은 100개도 안 보이고 뿔뿔이 흩어져서는 우리 거래처도 뚝도시장 쪽으로 다 옮겨 갔다"고 했다.
그는 "대세가 그렇다면 따르는 것이 맞지만 슬픈 일"이라고 말했다.
성동구는 2015년 '지역공동체 상호협력 및 지속가능발전구역 지정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성동구청장이 회장으로 있는 '젠트리피케이션(둥지 내몰림) 방지와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위한 지방정부협의회'도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관련 3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