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까지 수험표 할인 행사를 했는데 올해부터는 안 하기로 했어요. 수익보다는 손해가 더 클 것 같아서요."
2일 오전 서울 마포구 홍대거리. 예년 같으면 거리 곳곳에 한창 붙어있을 법한 '수험생 할인' 같은 안내광고 대신 '블랙프라이데이 할인'이라는 문구만 눈에 들어왔다. 옷 가게 직원 김모씨(27)는 "블랙프라이데이 행사 후 크리스마스 할인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며 "수험생 할인을 한다고 해도 수험생들이 많이 오지 않아 실익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수험생 할인 행사가 자취를 감췄다. 수험표를 제시하면 각종 할인 혜택을 누릴 수 있어 과거에는 웃돈을 주고 수험표를 거래하는 일까지 있었지만 '왕년의 만능 티켓'이라는 명색이 무색한 상황이다. 상인들은 고물가가 수험생 할인 행사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1시간30분가량 홍대거리를 돌아봤지만 수험생을 겨냥한 할인 광고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휴대폰 대리점과 피어싱 가게 등 2곳만 '수험생 할인'이라는 안내문을 붙였다.
홍대거리의 한 프렌차이즈 콘택트렌즈 가게는 수능이 끝난 뒤 8일 동안 수험생 할인 행사를 진행하다 접었다고 했다. 이 가게 직원 김모씨는 "할인 기간에만 수험생이 반짝 증가했는데 그마저도 그리 많은 수가 아니었다"고 전했다.
홍대 레드로드 인근에서 옷 가게를 운영하는 한 점주는 "몇몇 가게에서 수험생 할인을 잠시 하다가 지금은 다 내린 걸로 안다"며 "굳이 이유를 찾으면 외국인 손님 비중이 커서 수험생 할인을 할 이유를 못 느낀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입구역 인근 상가에서도 수험생을 대상으로 한 할인 행사를 하는 가게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인근 미용실 점원은 "수능이 끝난 뒤 지금까지 온 수험생이 5명뿐"이라며 "고객 유치 효과가 크지 않다"고 말했다.
피어싱 가게 주인은 "코로나19 사태 전에는 수험생 할인을 했는데 지금은 경기도 어렵고 원부자재값이나 인건비가 많이 올라서 할인 행사를 하기 어렵다"며 "대기업 계열의 대형 매장에서도 수험생 겨냥 행사를 많이 안 하는 것 같던데 경기가 얼마나 팍팍한지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구매력이 크지 않은 수험생을 대상으로 한 행사로 수익을 거두려면 박리다매 전략이 통해야 하는데 그런 효과가 미미하다는 분석이다. 서울대입구역 인근 카페 점주는 "경기가 안 좋다 보니 손님이 줄어든 게 사실"이라며 "수험생을 대상으로 10~20% 가격을 내린다고 해서 큰 의미가 없는 건 다른 업종 자영업자들도 아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수험생들의 분위기도 바뀌었다. 수험생 할인의 이점이 줄어들고 다른 할인 행사와 별반 차이가 없다는 인식이 많아지면서 굳이 수험생 할인에 연연하지 않는 기색이다. 올해 수능에 응시한 이모씨(20)는 "얼마 전 라식 수술했는데 대학 제휴 할인이 수험생 할인보다 커서 대학 제휴 할인을 이용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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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수험생 변모군(19)은 "인터넷 쇼핑몰의 경우 다른 할인과 중첩돼 수험생 할인 이점이 생각보다 없고 항공권 역시 수험생 할인이 되는 항공사나 그렇지 않은 항공사나 차이가 크지 않다"며 "수험생 할인 행사가 줄었는지 어떤지 실제 체감되는 것은 별로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