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뱃돈 들고 오던 꼬마도 옛말"…조용한 창신동 문구·완구시장

"세뱃돈 들고 오던 꼬마도 옛말"…조용한 창신동 문구·완구시장

오석진 기자
2025.01.31 14:56
31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창신동의 문구·완구거리가 한산한 모습. /사진=오석진 기자
31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창신동의 문구·완구거리가 한산한 모습. /사진=오석진 기자

아이들을 기다리는 장난감 총과 로봇, 자동차 모형·인형들은 오늘(31일)도 주인을 찾지 못했다. 손님이 없어 상인들은 가게 안에서 핸드폰만 보고 있었다. 거리엔 빈 수레를 끌거나 박스를 들고 이리저리 움직이는 상인들만 눈에 띌 뿐이다.

설 연휴 직후면 북적이던 서울 종로 창신동 문구·완구 도매시장 골목은 올해 유난히 조용했다. 아이들도 없었고 아이들의 손을 잡고 오던 엄마, 아빠는 물론 할머니, 할아버지도 없었다. 1990년대 아이들 선물을 사겠다며 연필이랑 필통을 한가득 가져가는 사람들은 더이상 찾을 수 없었다.

문구·완구점을 운영하는 50대 남성 A씨는 "명절 끝나고 세뱃돈 들고 오던 아이들은 다 옛말"이라며 "어린이들이 적어지니 손님들이 점점 없어지고 있다"고 했다.

31일 오전 10시쯤 창신동 완구 거리에선 손님을 찾기 힘들었다. /사진=오석진 기자
31일 오전 10시쯤 창신동 완구 거리에선 손님을 찾기 힘들었다. /사진=오석진 기자

가게 안도 마찬가지다. 동요가 크게 울려 퍼졌지만 정작 듣는 사람이 없었다. 이른 아침부터 가게 안으로 들어오려는 손님들 줄도 사라졌다. 30년 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60대 B씨는 "애들이 세뱃돈을 잘 못받는건지 잘 안 온다"고 의심하기도 했다.

또 다른 장난감 가게를 운영하던 50대 여성 C씨는 가게 안에서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C씨는 "어머니께서 가게를 하시던 80~90년대에는 흔히 말하는 '세뱃돈 특수'가 있었다"며 "2000년대만 해도 아이들이 참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밝혔다.

창신동 문구·완구 도매종합시장 거리 입구/사진=오석진 기자
창신동 문구·완구 도매종합시장 거리 입구/사진=오석진 기자

점심시간이 가까워지자 손님들이 조금씩 오기 시작했지만 과거에 비해 턱없이 적었다. 중국에서 명절을 맞아 고향을 방문했다는 고등학생 D양은 이날 로봇 3개를 샀다. D양은 "거리에 얽힌 추억이 생각나 한국에 온 기념으로 방문했다"며 "근처 시장에서 가게를 하시던 할머니가 예전 어린이날 데리고 와서 선물을 사주셨던 기억이 있다"고 밝혔다.

15살, 11살 두 딸과 함께 문구·완구 거리를 찾은 관악구 주민 40대 E씨는 "1년에 4~5번 정도 이곳을 찾는다"며 "요즘은 어린아이들 말고 외국인 손님이 보이는 것 같다"고 했다. 15살 F양은 "세뱃돈을 받아 키링과 학용품을 사러 왔다"며 "가격도 싸고 종류도 많아서 가끔 온다"고 밝혔다.

아동 인구 현황 통계. /사진=e나라지표
아동 인구 현황 통계. /사진=e나라지표

주 고객인 아동 인구 감소세가 커지고 있어 창신동 시장의 미래는 밝지 않다. 통계청이 운영하는 지표통합서비스 'e나라지표'에 따르면 2015년 896만1805명이던 아동 인구는 2019년 792만8907명으로 800만명 이하로 줄었다. 지난해엔 687만6330명으로 700만명 선도 깨졌다.

창신동 시장은 어린이 대신 해외 고객에게서 활로를 찾고 있다. 희귀 장난감을 찾는 어른들도 타깃이다. 송동호 창신동 문구·완구시장 상인연합회장은 "어린이 수가 감소했지만 대만·홍콩 고객들이 시장을 많이 찾는다"며 "외국 관광객들에 인기가 많은 캐릭터 상품을 진열하려고 노력 중이다. 1960년부터 시작된 국내 최대 완구 도매시장이라는 점을 들어 한국 여행 관광코스로도 홍보하고 있다"고 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오석진 기자

안녕하세요. 사회부 오석진 기자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