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김새론의 죽음과 한국사회

[우보세]김새론의 죽음과 한국사회

구경민 기자
2025.02.21 04:00

[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서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17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배우 김새론의 빈소가 마련됐다. 2025.02.17. photo@newsis.com /사진=류현주
[서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17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배우 김새론의 빈소가 마련됐다. 2025.02.17. [email protected] /사진=류현주

또 비보가 날아들었다. 배우 김새론이 25세의 젊은 나이로 꽃을 피우기도 전에 유명을 달리했다. 연예인의 '극단적 선택'은 어제 오늘만의 일은 아니다. 죽음의 무게는 모두 똑같겠지만 김새론의 죽음은 실로 안타깝다.

그는 미래가 촉망받는 배우였다. 김새론은 10살때 찍은 영화 '아저씨'로 천재 아역의 탄생을 알렸다. 범죄조직에 납치됐다 특수요원 출신 태식(원빈)의 구조를 기다리는 '소미' 역을 맡아 불우한 아이감정을 표현했다. 현실에서 납치된 아이를 데려다 놓은 듯한 섬세한 감정연기는 호평을 받았다. 김새론은 해외 국제영화제에 두차례나 초청됐고 최연소 프랑스 칸영화제 초청 배우의 기록도 남겼다. 드라마 '사냥개들' 등이 넷플릭스를 통해 세계적으로 알려지면서 '넷플릭스 스타'로 떠올랐다. 아역 스타에서 연기력을 갖춘 배우로 성장한 그다.

대중의 기대는 컸다. 기대가 큰 만큼 '음주운전 사건'은 크나큰 상흔이 됐다. 이 사건 이후 그는 악플러들의 표적이 됐다. 2023년 4월 '카페 알바' 논란이 대표적이다. 김새론이 유니폼을 입고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는 모습을 SNS(소셜미디어)에 올리자 이를 두고 '(실제 그렇지 않으면서) 생활고를 겪는 척 한다'며 '카페 알바(아르바이트) 조작' 논란이 일었다. 악플러들은 좋은 차를 타고, 몸값 비싼 유명 로펌 소속 변호사 6명을 선임하면서 '생활고'를 겪고 있다는게 어불성설이라고 비난했다. SNS에서는 김새론의 사생활을 폭로하는 영상들까지 확산됐다.

김새론의 생활고는 깊어져갔다. 죽어서야 비로소 실상이 드러났다. 김새론이 연기를 해 번 돈은 이미 부모님 사업자금과 가족 생활비로 쓰여졌다. 김새론은 소속사였던 골든메달리스트와 결별하면서 수억 원의 위약금을 물게 됐고, 거주했던 소속사 명의의 성동구의 한 주상복합 아파트(실거래 22억원)에서도 나와야 했다. 운주운전 당시 변압기를 들이받아 정전피해를 입혀 손해배상을 해야했다. 결국 소속사에 7억원의 빚을지게 됐다.

현실은 가혹했다. 김아임으로 이름을 개명하고 안경까지 쓰면서 카페 알바를 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해고 통보를 받았다. 김새론은 생활비 마련을 위해 신분을 숨기고 어렵게 취업한 카페에서 해고 통보를 받는 일을 자주 겪었다고 했다.

김새론은 살기 위해, 재기를 위해 이 악물고 버텨나갔다. 그럴때마다 SNS·커뮤니티에서 그를 비난하는 글이 확산하고, 이를 통해 악성 댓글이 달리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김새론은 결국 벼랑 끝으로 내몰렸는지도 모른다.

김새론의 비극으로 다시 한번 악플, 사이버렉카 등이 한국사회에 얼마나 폐해를 끼치고 있는지 일깨우고 있다. 연예인이 타에 모범이 돼야할 공인이라는 점에서 엄격한 잣대는 필요불가결하다. 하지만 도를 넘는 악플 문화를 근절하고 사적 제재로 누군가를 인격 살해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성찰이 필요하다. 말로만 문제삼던 악플러 처벌, 악플이 유통되는 플랫폼과 SNS 규제 등을 점검해 죽음의 문턱에 내몰리는 일이 되풀이지 않도록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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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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