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혼하지 않은 채 따로 사는 이른바 '졸혼' 관계인 배우자가 상대 배우자 집에 허락없이 들어갔다면 주거침입죄를 물을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4일 뉴시스에 따르면 광주지법은 공동주거침입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60대 여성 A씨에게 벌금 100만원의 선고를 유예한다고 이날 밝혔다. 공범인 A씨 친척 2명은 벌금 70만원의 선고 유예를 받았다.
A씨는 2023년 12월6일 친척 2명과 함께 남편 B씨가 사무실 겸 주거지로 쓰는 광주 도심 한 주택에 들어가 2시간 동안 머무른 혐의를 받는다.
A씨는 B씨에게 다른 이성과의 내연 사실을 따져 묻기 위해 전화를 걸어 '차량 접촉사고가 났다'고 거짓말을 했다. 이에 속은 B씨가 현관문을 열었고, 그 사이 신발을 신은 채 B씨 집에 들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A씨와 B씨는 1999년부터 직장, 자녀 교육 등을 이유로 떨어져 살았고 주말 또는 월말에만 함께 지냈다. 그러다 2018년 '결혼 생활을 졸업하겠다'며 졸혼 계약서를 작성한 뒤 별거 생활을 이어왔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법적으로 혼인 상태이기 때문에 자신이 B씨의 공동주거권자라고 주장했다. 이에 자신의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을 뿐더러 공동주거권자인 자신의 승낙에 따라 들어갔으니 친척 2명 또한 죄가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만약 공동주거권자 지위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스스로를 공동주거권자로 생각하고 B씨 집에 들어간 것이기 때문에 범행 고의가 없었다는 논리도 폈다.
하지만 법원은 A씨의 이러한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가 오래 전 몇 차례 B씨가 사는 주택에 방문한 적은 있어도, 주기적 또는 비정기적으로나 오가며 B씨와 공동 거주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며 "남편이 내연 상대와 동거 중임을 이미 알았고 A씨가 B씨의 주택 매수 사실조차 몰랐던 점 등을 종합하면 공동주거권자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주택에 들어간 시각과 방법, B씨와의 실랑이 과정 등을 보면 공동주거권자로서의 주거 출입이라고 보기는 어려워 주거침입의 고의도 인정된다"며 "외도를 저지하기 위한 정당행위라는 주장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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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죄책이 가볍지는 않다"면서도 "사실관계는 대체로 인정하는 점, 공범은 친족으로서 가담한 점 등을 고려했다"며 선처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