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 장교의 두 얼굴…"불륜 들통날까" 치밀한 살해, 끔찍한 유기[뉴스속오늘]

엘리트 장교의 두 얼굴…"불륜 들통날까" 치밀한 살해, 끔찍한 유기[뉴스속오늘]

구경민 기자
2025.11.03 06:00
[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2024년 11월 2일 강원 화천 북한강에서 30대 초반 여성으로 추정되는 시신 여러 점이 훼손된 상태로 발견됐다. /사진=연합뉴스TV
2024년 11월 2일 강원 화천 북한강에서 30대 초반 여성으로 추정되는 시신 여러 점이 훼손된 상태로 발견됐다. /사진=연합뉴스TV

1년 전인 11월3일 오후 7시12분. 서울 강남구 일원동의 지하도로에서 30대 남성 군인 A씨가 긴급체포됐다. 살인 및 사체손괴, 사체은닉 혐의를 받은 그는 현장에서 저항 없이 순순히 체포에 응했으며 곧장 혐의를 시인했다. 그는 카이스트 대학원을 나오고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이른바 '엘리트 장교' 출신이었다. 사이버작전사령부 소속 현역 대한민국 육군 장교로서 중령 진급 예정자인 그의 잔인한 살인사건은 우리 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내연 관계 드러날까" 끔찍한 계획 범죄...28시간만에 덜미

체포 하루전인 2024년 11월 2일 오후 2시46분쯤. 강원 화천군 화천읍 화천대교 하류 300m 지점 북한강에 의문의 형체가 떠올랐다. 주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확인해보니 시신 일부로 드러났다.

경찰은 즉시 강 주변으로 수중 수색을 확대했고 이튿날 오후까지 신고 지점에서 약 600m 떨어진 붕어섬 선착장 인근 강바닥에서 비닐 자루 8개를 추가로 발견했다. 자루 안에는 조각난 나머지 신체 부위들이 들어 있었다. 발견된 시신 조각들은 크게 부패하지 않은 상태였다.

시신의 훼손 정도와 정교한 은폐 수법을 본 경찰은 단순 실종이 아닌 계획적 살인임을 직감했다. 곧바로 지문과 유전자(DNA) 분석을 통해 피해자 신원을 특정했다. 이어 피해자 휴대폰 통화 기록과 폐쇄회로(CC)TV 영상, 가족·주변인 탐문 조사에 착수하며 수사에 속도를 냈다.

경찰은 시신이 발견된 지 약 28시간 26분 만인 11월 3일 오후 7시 12분쯤 서울 강남구 일원역 지하도에서 배회 중이던 용의자 양광준을 살인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나머지 시신 일부도 11월 4일 오전 11시 36분에 인양하면서 피해자의 시신을 모두 회수하는데 성공했다.

사건이 벌어진 날은 피해자 시신이 발견되기 8일 전인 지난해 10월25일이었다. 이날 오후 3시쯤 양씨와 피해자 A씨는 경기 과천시 한 부대 주차장에 세워진 양씨의 차량 안에 함께 있었다. 양씨는 과천 국군사이버작전사령부 소속 중령 진급 예정자였고, A씨는 같은 부대에서 근무하던 임기제 군무원이었다. 양씨는 유부남이었고 A씨는 미혼인 상태였는데 두 사람은 그해 초부터 만남을 이어온 내연 관계였다.

양씨와 A씨는 지난해 6월부터 사이가 어긋나기 시작했다. A씨가 반복적으로 불륜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하면서 말다툼이 잦아졌고 갈등도 깊어졌다. 피해자가 이별을 통보하고 가족에게 불륜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하자 양씨는 더 관계를 이어가기 어렵다고 판단해 살해를 결심했다.

근무 중 잠시 시간을 내 차량에 머물던 두 사람. 양씨는 조수석에 앉은 A씨에게 입을 맞춰 주의를 돌린 뒤 뒷좌석 바닥에 미리 준비해 둔 노트북 도난 방지용 고정줄을 이용해 A씨를 질식시켰다.

범행 후 양씨는 부대 내 사무실과 자재실 등을 돌아다니며 시신을 훼손할 도구와 대형 비닐봉투 등을 챙겼다. 이후 오후 7시 17분쯤 부대에서 약 250m 떨어진 공사장으로 A씨 시신이 있는 차량을 옮겨 주차한 뒤, 시신을 인근 공터로 끌고 가 미리 준비해 둔 도구를 이용해 자정 넘는 시간까지 혈흔이나 흔적이 남지 않도록 훼손했다.

그 후 양씨는 치밀하게 범죄 흔적을 감추려했다. 사망 사실을 숨기기 위해 A씨 사무실에 들어가 물건을 챙긴 뒤 A씨의 출입증을 직접 태그해 퇴근 기록을 위조했다. 또 A씨의 카카오톡 상태 메시지를 '잠수'로 바꾸고, 휴대폰을 비행기 모드로 전환했다가 해제하는 작업을 반복하며 살아 있는 것처럼 가장했다. A씨 어머니에게는 "당분간 집에 못 간다"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에 속은 어머니가 실종신고를 취소하기도 했다고 한다.

시신 유기 과정에서는 번호판도 위조했다. 양씨는 미리 준비한 A4 용지 두 장을 이어붙여 자동차 번호판 크기로 만든 뒤 검은색 매직펜으로 가짜 번호를 적었다. 접착테이프를 이용해 이를 차량 전면 번호판 위에 덧붙였다. 그는 과천시를 출발해 서울 서초구·강남구, 경기 구리시, 가평군, 강원 춘천시, 화천군 등을 지났다. 시신과 범행 도구를 8개의 봉투에 나눠 담은 뒤 북한강에 유기했다. 물에 뜨지 않도록 봉투엔 돌을 넣었다. 화천은 그가 10여 년 군 생활을 해 익숙한 장소였다.

범행 이틀 뒤인 10월 27일 양씨는 A씨 결근이 의심받을까 봐 피해자 휴대폰으로 부대 측에 '휴가 처리해 달라'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런 치밀함도 경찰의 촘촘한 수사망을 피할 수는 없었다.

(춘천=뉴스1) 이종재 기자 = 13일 강원경찰청이 함께 근무하던 여성 군무원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 유기한 혐의를 받는 현역 군 장교 양광준(38)의 신상정보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이번 신상 공개는 강원경찰 역사상 처음이자, 현직 군 간부(장교)의 피의자 신상 공개도 이번이 최초다. (강원경찰청 제공) 2024.11.13/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춘천=뉴스1) 이종재 기자
(춘천=뉴스1) 이종재 기자 = 13일 강원경찰청이 함께 근무하던 여성 군무원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 유기한 혐의를 받는 현역 군 장교 양광준(38)의 신상정보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이번 신상 공개는 강원경찰 역사상 처음이자, 현직 군 간부(장교)의 피의자 신상 공개도 이번이 최초다. (강원경찰청 제공) 2024.11.13/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춘천=뉴스1) 이종재 기자

1심·항소심서도 무기징역..."죄책 매우 중하다, 처벌 불가피"

결국 가정을 이루고 자녀까지 있었지만 피해자와의 다툼으로 이런 내연관계가 드러날 것이 두려운 양씨는 이 같은 잔혹 범행을 저지르게 됐다.

춘천지법 형사2부(부장 김성래)는 올해 3월 20일 양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양씨 측은 범행이 우발적이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피해자의 주의를 분산시킨 틈을 노려 살해한 점, 사무실로 돌아가 피해자가 퇴근한 것처럼 위장한 점, 피해자 휴대폰을 조작해 생활반응을 가장한 점 등을 근거로 계획범행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살인죄는 사람의 생명을 침해하는 절대 용인될 수 없는 중대한 범죄로 (피고인의) 범행 동기, 방법 및 내용 등을 보면 죄책이 매우 중하여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며 "더욱이 피해자를 살해한 뒤 생활반응을 가장하고 모친에게 사칭 메시지를 보내는 등 범행 후 정황도 매우 좋지 않고 시체 손괴와 은닉 과정 역시 잔혹해 피해자의 인격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도 찾아볼 수 없다"고 했다.

이어 "피고인은 잘못을 후회하고 반성하며 피해자와 유족에게 사죄하고 싶다고 하면서도 피해자와의 관계에서 느낀 심적 부담과 괴로움을 토로하며 범행이 우발적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피고인이 범행의 심각성과 중대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는지 의문이 들고, 자신의 잘못을 진정으로 참회하고 피해자와 유족에게 평생 속죄하며 살아가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중형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 4월7일 양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8월27일 열린 항소심에서도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양씨는 2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한 상태다. 이 사건 이후 양씨는 군 당국으로부터 '파면' 징계처분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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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민 기자

안녕하세요. 스토리팀 구경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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