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 11월 6일. 서울 동작구 상도동 한 빌라에서 70대 어머니와 초등학생 아들을 목 졸라 살해한 허모씨(당시 42세)에게 검찰이 사형을 구형했다. 교도소에 수감된 허씨 대신 손자를 키웠던 어머니는 출소한 아들 손에 목숨을 잃었다.
허씨는 어머니를 숨지게 한 뒤 방에서 자던 아들도 숨통을 막아 살해했다. 이후 그는 집안 장롱에 시신을 숨기고 한 달 넘게 동거하며 어머니 카드로 여자친구와 데이트했다. 결국 붙잡힌 허씨에 대해 검찰은 "재범 우려가 크다"며 가석방 없는 사형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허씨는 이혼하고 강간상해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받아 복역했다. 그동안 어머니는 허씨가 달라진 모습으로 집에 돌아오길 기다리며 손자를 혼자 키웠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허씨는 출소한 뒤에도 술 마시고 집에 자주 들어오지 않았으며 아들도 돌보지 않았다.
설 연휴였던 같은 해 1월 25일 어머니는 걱정을 쏟아냈다. 허씨는 잔소리를 듣기 싫다며 "방을 얻어 따로 살 테니 500만원을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거절당하자 허씨는 어머니를 목 졸라 살해했다. 이후 아들이 자고 있던 방으로 향해 같은 수법으로 아들의 목숨도 빼앗았다. 아들이 할머니 없이 살기 힘들 것 같다는 이유였다.
허씨는 어머니와 아들 시신을 비닐에 싼 뒤 장롱에 은닉했다. 그는 아무 일 없다는 듯 한 달 넘게 시신이 있는 방에 들어가 담배를 피우고, 여자친구 한모씨를 데려와 함께 지내며 어머니 현금과 카드를 사용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부패한 시신에서 악취가 나기 시작했다. 이불로 덮어 살충제를 뿌리고 향초를 피워도 역부족이었다. 결국 허씨는 같은 해 3월 "예전에 내가 때렸던 사람들이 집에 찾아온다"고 거짓말해 관악구에 있는 한씨 집으로 거처를 옮겼다.

허씨는 범행이 들통날까 봐 불안해했다. 그는 한씨의 집과 모텔을 전전하며 휴대전화 전원을 끄고 현금을 쓰는 등 경찰 추적을 피하려 애를 썼다. 어머니 휴대전화로 메시지를 남겨 연락이 잘 되는 것처럼 범행을 은폐하려 하기도 했다.
자신의 범행 사실을 한씨가 알고 있을 거라고 의심한 허씨는 한씨도 살해하기로 했다. 그는 외출 준비하던 한씨 목을 조르고 흉기를 들이댔지만, 한씨가 저항해 미수에 그쳤다.
범행은 약 3개월 뒤 드러났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허씨 아들이 온라인 수업에 참여하지 않자 학교 측이 구청에 알린 것이다. 집에 방문한 공무원들은 인기척이 없다며 가까이 살던 허씨 형수에게 연락했고, 형수로부터 실종 신고 사실을 전해 들은 허씨는 한씨를 데리고 도주했다.
독자들의 PICK!
수사에 나선 경찰은 집안 장롱에서 시신 2구를 발견했다. 시신을 싸고 있던 비닐에서는 허씨 지문이 발견됐다. 허씨와 한씨는 서울 성동구 한 모텔에서 검거됐다.

존속살해와 살인, 시체유기, 살인미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허씨는 "어머니 목을 졸랐다"면서도 "정신 차리니 숨져 있었다. 살해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한씨는 범인도피 혐의로 기소됐다.
허씨는 수사 과정에서 자신의 범행 사실을 한씨가 알고 있다는 취지로 진술했지만, 법정에서 "한씨는 죄가 없다"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한씨를 한 번이라도 보고 싶어 거짓 진술했다고 말을 바꿨다.
1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사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재범 우려가 있다"며 "무기징역이 선고되면 허씨는 20년 뒤인 62세에 가석방이 가능해진다"고 강조했다. 한씨에게는 징역 1년을 구형했다.
허씨는 최후 진술에서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죽여달라. 죄송하다"고 짧게 말했다.
1심 재판부는 허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전자장치 부착 25년을 명령했다. 한씨에게는 "도피 기간이 길지 않은 점 등을 참작했다"며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허씨는 장롱에 어머니와 아들 시신을 장기간 참혹한 상태로 방치하고도 어머니 돈을 한씨와 어떻게 사용할지에만 몰두했다"며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태도로 일관하고 범행을 부인하는 등 진지한 반성이 의심스럽다. 재범 위험성이 있어 영구히 사회와 격리된 상태에서 속죄하며 살아가는 게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검찰은 형량이 너무 가볍다며 항소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허씨가 범행을 인정하며 잘못을 뉘우치고 있고, 피해자 가족들이 허씨를 선처해주길 희망하고 있다"며 이를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