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100만장 판매·단독 콘서트까지…버추얼 아이돌의 K팝 습격

앨범 100만장 판매·단독 콘서트까지…버추얼 아이돌의 K팝 습격

류원혜 기자
2025.12.08 16:00

[MT리포트 - K컬처 올라탄 서브컬처의 반란] ④버추얼 아이돌 전성시대

[편집자주] '오타쿠'만의 특이한 문화로 치부됐던 서브컬처가 전 산업계를 움직이는 핵심 소비 키워드로 떠올랐다. 이들은 자신의 확고한 취향을 나타내려 아낌없이 지갑을 연다. 서브컬처의 반란이 K컬처와 산업,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을 알아본다.
5인조 버추얼 보이그룹 '플레이브(PLAVE)./사진=블래스트
5인조 버추얼 보이그룹 '플레이브(PLAVE)./사진=블래스트

버추얼(Virtual·가상) 아이돌 그룹의 연이은 흥행으로 K팝 시장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한때 실험적이고 생소하게 여겨졌던 버추얼 아이돌은 더 이상 서브컬처(하위문화)가 아니다. 국내 음원차트 정상에 오르는 등 신기록을 세우며 K팝 산업의 핵심 축으로 자리매김했고, 그 기세에 힘입어 수많은 버추얼 아이돌이 시장에 진출하면서 K팝 산업은 더욱 확장하고 있다.

버추얼 아이돌 전성시대…대형 엔터사도 뛰어들었다
한국 버추얼 아이돌의 시초인 '아담'(왼쪽)과 일본의 대표적인 버추얼 아이돌 '하츠네 미쿠'. /사진=유튜브
한국 버추얼 아이돌의 시초인 '아담'(왼쪽)과 일본의 대표적인 버추얼 아이돌 '하츠네 미쿠'. /사진=유튜브

한국 버추얼 아이돌 계보는 1998년 데뷔한 사이버 가수 '아담'에서 시작한다. 당시 아담은 3D 기술과 실제 보컬을 결합한 콘셉트로 인기를 끌며 음료 광고까지 찍었다. 하지만 기술적 한계로 장기 활동에 실패해 점차 잊혀졌다.

일본에는 2007년 보컬로이드 기술을 기반으로 탄생한 '하츠네 미쿠'가 있다. 현재도 홀로그램 콘서트와 굿즈 활동을 이어가는 등 대표적인 버추얼 아이돌로 인기를 끈다.

최근에는 기술 발전으로 버추얼 아이돌이 잇따라 등장하며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2023년 데뷔한 5인조 버추얼 보이그룹 '플레이브(PLAVE)는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버추얼 아이돌 시장을 개척했다.

플레이브는 데뷔 약 2년 만에 미니 3집 '칼리고 파트 원'(Caligo Pt.1) 초동(발매 첫 일주일간 판매량) 103만장을 기록했다. 버추얼 아이돌 최초로 100만장을 넘겼다. 지난달 발매한 두 번째 싱글 앨범은 초동 109만장을 돌파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버터'(Butter) 이후 역대 보이그룹 싱글 초동 2위다. 타이틀곡은 아이튠즈 글로벌 7개국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음반과 음원뿐 아니라 공연에서도 놀라운 성과를 냈다. 지난 8월 서울 올림픽공원 KSPO 돔(옛 체조경기장) 단독 콘서트를 열었고, 지난달에는 K팝 정상급 아티스트의 상징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 입성했다. 이 역시 버추얼 아이돌 최초다.

지난 8월 '플레이브'가 서울 올림픽공원 KSPO 돔에서 진행한 단독 콘서트 현장./사진=블래스트
지난 8월 '플레이브'가 서울 올림픽공원 KSPO 돔에서 진행한 단독 콘서트 현장./사진=블래스트

6인조 버추얼 걸그룹 '이세계아이돌'(이세돌)은 국내 버추얼 아이돌 최초로 빌보드 한국 차트 3위에 올랐다. 7인조 버추얼 보이그룹 '스킨즈'는 일본 패션 이커머스 플랫폼의 공식 앰버서더로 발탁되며 영향력을 입증했다.

버추얼 아이돌 성공 사례에 대형 기획사들도 출사표를 던졌다. SM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걸그룹 에스파 세계관 속 조력자 캐릭터인 '나이비스'를 선보였다. 하이브(304,000원 ▼500 -0.16%) 자회사 수퍼톤은 버추얼 걸그룹 '신디에잇'을 공개했다. JYP엔터테인먼트도 지난 9월 테크 비즈니스 자회사 블루개러지와 AI 아티스트 제작 소식을 전했다.

버추얼 아이돌의 뜨거운 인기에 MBC는 지난 10월 '버추얼 라이브 페스티벌'도 개최했다. 국내 최초로 K팝 가수들과 버추얼 아이돌이 오프라인 무대에 함께 모여 인간과 인공지능(AI) 아티스트가 공존하는 신선한 무대를 선보였다.

버추얼 아이돌, 인기 이유는…"달라진 소비층, 줄어든 리스크"
6인조 버추얼 걸그룹 '이세계아이돌'.
6인조 버추얼 걸그룹 '이세계아이돌'.

시장조사기관 글로벌 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전 세계 버추얼 아티스트 시장은 2023년 10억8279만달러(약 1조5908억원)에서 2029년 40억4400만달러(약 5조9414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K팝 시장에 버추얼 아이돌이 자리 잡은 배경으로는 대중문화 주 소비층의 변화와 기술 발전이 꼽힌다. 메타버스 환경에 익숙한 세대는 캐릭터 기반의 버추얼 아이돌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고, AI 기술 발전으로 버추얼 아이돌은 점점 사람과 비슷해진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과거와 달리 소비자 취향이 다변화돼 각자 원하는 콘텐츠를 찾는다"며 "감수성도 달라졌다. 이제는 버추얼 아이돌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 그런 변화들이 버추얼 아이돌을 주류 문화로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버추얼 아이돌 제작에 초기 기술 투자 비용이 들지만, 사생활 논란 등 리스크가 거의 없고 24시간 글로벌 활동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기획사들도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어 향후 시장이 더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버추얼 아이돌은 실체가 없어 스캔들 가능성도 없다. 팬들이 바라는 모습 그대로 존재한다는 점이 강점"이라며 "기획사 입장에서도 예측 불가능한 변수가 적어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술 발전에 따라 버추얼 아이돌이 더 생생한 모습으로 활동하면서 산업도 확장될 것"이라며 "다만 실제 아이돌을 완전히 대체하기보다 고정 팬층을 대상으로 K팝의 한 영역으로서 공존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정 평론가는 "기획사 입장에서 버추얼 아이돌은 관리가 용이하고 리스크가 적다. 온오프라인 활동 범위도 넓다"며 "소비자들도 이에 호응하고 있다. 기술이 발전하고 더 사실적으로 구현되면서 시장은 더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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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원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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