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정판사 지폐 위조' 학암 이관술 선생, 재심서 무죄…원심후 79년만

'조선정판사 지폐 위조' 학암 이관술 선생, 재심서 무죄…원심후 79년만

송민경 (변호사)기자
2025.12.22 11:04
서울중앙지방법원 청사./사진=뉴스1
서울중앙지방법원 청사./사진=뉴스1

조선정판사 지폐 위조 사건의 주범으로 몰려 처형된 사회주의 독립운동가 학암 이관술 선생이 재심 1심에서 무죄를 받았다. 원심 판결이 내려진 1946년 이후 79년만의 일이다. 미군정 사건 중 재심이 청구된 최초의 사건 판결이기도 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이현복 부장판사)는 22일 통화위조 등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던 이 선생의 재심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지난 결심 공판에서 무죄를 구형했다.

재판부는 "미군정 재심 사건에 있어서도 우리 헌법상 핵심적으로 형성된 법리라면 그 법리를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며 "현재 법과 인신 구속 등 관련 증거 법칙을 적용하면 재심 대상 판결이 유죄 증거로 거시한 증거들은 증거 가치가 없거나 희박하다"고 했다.

이어 "증거능력 없거나 증거 가치없는 증거들과 재심 대상 판결 존재 및 그 기재만으로는 피고인을 유죄라고 볼 수 없어 피고인에 대해 무죄 판단을 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학암이관술기념사업회는 입장문을 내고 "이번 판결은 사법부가 과거의 불의에 침묵하거나 회피하지 않고 역사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며 "정판사 위폐 사건은 국가 폭력과 사법이 결합할 때 어떤 비극이 발생하는 지를 보여준다"고 했다.

이 선생의 유족으로 재심을 청구했던 외손녀 손옥희씨는 "미군정 기간 한국의 정치, 경제 등에 걸쳐 남긴 뼈아픈 흔적들을 하나씩 지워내는 큰 작업"이라며 "또 다른 사건들의 진실을 밝히는데 등불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선생은 일제강점기였던 1930~1940년대 국내 항일 운동에 앞장선 인물로 여러 차례 투옥돼 고문을 겪은 대표적 독립운동가다. 그는 광복 후 박헌영의 재건파에 합류해 남로당의 전신인 조선공산당에서 활동하던 중 조선정판사 지폐 위조 사건으로 체포됐다.

조선정판사 지폐 위조 사건은 미군정 공보부가 이 선생 등 조선공산당 간부들이 1945년 10월 하순부터 1946년 2월까지 서울 소공동 근택빌딩에 있는 조선정판사에서 6회에 걸쳐 200만원씩 총 1200만원의 위조 지폐를 찍었다며 문제삼은 사건이다. 조선공산당 간부들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이 선생은 무기징역을 선고받았고 6·25 전쟁 발발 이후인 1950년 7월 처형됐다.

수사기관의 불법 구금 등으로 사건이 조작됐다는 이 선생 측 주장이 받아들여져 재심이 결정됐다. 재판 과정에서 이 선생의 유족 등은 "피고인을 불법으로 장기간 구금하고 고문과 가혹행위로 조작한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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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경 (변호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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