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안성기가 5일 오전 9시 향년 74세로 세상을 떠났다.
'국민 배우'로 전국민적인 사랑을 받은 배우 안성기가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받던 중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세상을 떠났다.
안성기는 지난해 12월 30일 자택에서 식사하던 중 음식물이 목에 걸려 쓰러졌다. 현장에서 심폐소생술(CPR)을 받기도 한 그는 심정지 상태로 응급실로 이송된 이후 중환자실로 옮겨져 치료받았으나 끝내 회복하지 못했다.
안성기는 김기영 감독 영화 '황혼열차'로 5살 나이에 아역 배우로 데뷔했다. 부친인 영화 제작자 안화영 인맥 덕분에 영화계에 입문한 것이다.
안성기는 7살 때 출연한 김기영 감독의 '10대의 반항'(1959)으로 문교부(현 교육부) 우수국산영화상(대종상 전신) 소년 연기상과 제4회 샌프란시스코 국제영화제 소년특별연기상을 수상해 주목받았다. 8살엔 김 감독 '하녀'에도 출연했다.
안성기는 1960년대까지 수십 편의 영화에 출연하며 화려한 아역 시절을 보내다 1968년 활동을 끝으로 학업에 집중했다. 그는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베트남어를 전공해 회사원이 되려 했으나, 베트남 공산화로 취업 길이 막히게 되자 다시 배우 활동을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아역스타 출신은 성인 배우로 성공하기 힘들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안성기는 영화 '바람 불어 좋은 날'(1980), '만다라'(1981) 등 현실과 인간 내면을 깊이 다룬 작품들을 통해 충무로 중심 배우로 자리 잡았다.
안성기는 '안개 마을'(1982), '무릎과 무릎 사이'(1984), '이장호의 외인구단'(1986), '내시'(1986) 등 1980년대 임권택, 배창호, 이장호, 이두용 등 당대를 주름잡던 감독들의 영화에 두루 출연했다.
이외에도 '겨울나그네'(1986), '기쁜 우리 젊은 날'(1987), '칠수와 만수'(1988), '투캅스'(1993) '인정사정 볼 것 없다'(1999)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에서 폭넓은 연기를 선보였다.

2000년대 이후로는 영화 '실미도'(2003), '태극기 휘날리며'(2004), '화려한 휴가'(2007) 등 대작에 출연했으며, '라디오 스타'(2006) 등을 통해 인간미와 따뜻한 매력으로 대중의 공감을 얻었다. 특히 '실미도'는 한국 영화 최초로 관객 1000만 명을 돌파하며 그의 필모그래피에 또 하나의 이정표를 남겼다.
시대를 관통하는 작품들에 출연한 안성기는 한국 영화 역사 그 자체였다. 배우 생활 내내 스캔들 없는 깨끗한 이미지로 '국민 배우'의 상징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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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연기력은 물론, 평생 흔들림 없는 품행과 태도로 동료와 후배, 대중 모두에게 깊은 존경을 받아왔다. 안성기와 영화 '칠수와 만수' '투캅스' '인정사정 볼 것 없다' '라디오스타' 등 4편을 함께한 박중훈은 "안성기 선배님은 제게 아버지이자 선배이자 가장 친한 친구였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안성기는 연기 활동뿐만 아니라 스크린쿼터 비상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집행위원장,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이사장 등 연기 외적으로도 적극적으로 활동하며 한국 영화 산업 전반에도 기여했다. 2013년에는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안성기는 2019년 혈액암 진단 이후 완치 판정을 받았으나, 6개월 만에 재발해 투병을 이어왔다.
그는 치료받는 중에도 연기를 향한 의지를 놓지 않았다. 거동이 불편한 듯 부축을 받으면서도 배우 고(故) 강수연 추모전, 4·19 민주평화상 시상식, 제10회 들꽃영화상, 춘천영화제에서 열린 이준익 데뷔 30주년 특별전, 제43회 황금 촬영상 시상식 등 여러 일정을 소화하며 영화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다.
데뷔 69년간 꾸준히 연기 행보를 이어온 안성기는 5일 눈을 감았다. 유작은 2023년 개봉한 '노량: 죽음의 바다'다. 그가 출연한 숱한 작품은 귀중한 유산으로 남았다.
소속사 아티스트컴퍼니는 "안성기는 연기에 대한 깊은 사명감과 한결같은 성실함으로 대한민국 대중문화 역사와 함께해왔다. 그의 연기는 언제나 사람과 삶을 향해 있었으며, 수많은 작품을 통해 시대와 세대를 넘어 깊은 울림과 위로를 전해줬다"며 고인을 추모했다.
이어 "배우 이전에 한 사람으로서의 품격과 책임을 무엇보다 소중히 여기며, 선후배 예술인들과 현장을 존중해 온 진정한 의미의 '국민배우'였다"며 "안성기가 남긴 작품과 정신은 앞으로도 오래도록 우리 곁에 남아 많은 이들에게 기억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성기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31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오는 9일 오전 6시 엄수된다. 장지는 양평 별그리다다. 유족으로는 조각가인 아내 오소영 씨와 설치미술가인 장남 다빈 씨, 미술가 겸 배우로 활동 중인 차남 필립 씨가 있다.
안성기의 장례는 (재)신영균예술문화재단과 (사)한국영화배우협회 주관으로 영화인장으로 진행된다. 명예장례위원장 신영균, 배창호 감독, 한국영화배우협회 이강섭 이사장,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직무대행 신언식, 한국영화인협회 양윤호 이사장 등 4인이 공동장례위원장을 맡으며, 이정재와 정우성 등 영화인들이 운구를 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