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문. 피고인을 징역 23년에 처한다."
이진관 부장판사가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 구형량보다도 8년이나 높은 징역 23년을 선고한 순간, 한 전 총리는 담담한 표정이었다. 다소 착잡해 보이기도 했다. 이 부장판사가 '선고에 대해 특별히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고 묻자 한 전 총리는 작은 목소리로 "재판장님 결정을 겸허하게 받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이후 절차를 거쳐 이 부장판사가 "피고인은 증거인멸 우려가 있는 것으로 봐서 법정 구속하기로 한다"고 결정하자 한 전 총리는 침을 삼키고 깊은 숨을 내쉬었다. 재판부 결정에 따라 한 전 총리는 즉시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법정 문이 닫히기 직전 한 전 총리는 변호인과 작은 목소리로 대화를 나눴다. 고개를 푹 숙이는 장면도 눈에 띄었다.
법정 구속 명령에 앞서 변호인은 "한 전 총리는 공인으로서 도주의 가능성이 있을 수가 없다. 기본적으로 모든 증거가 다 수집돼 증거 조사가 됐고 필요한 증인도 모두 법정에서 증언한 상황이다. 한 전 총리가 구속되면 이후 항소심과 대법원에서의 재판 진행에 있어 사실상 방어권에 중대한 침해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법정 구속을 막으려 했지만 실패했다.
한 전 총리는 이날 선고공판이 시작하기 12분전쯤 변호인 4명과 함께 법정에 들어섰다. 한 전 총리는 굳은 얼굴로 피고인석에 앉아 변호인과 작은 목소리로 대화하며 재판이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선고가 진행되는 동안 한 전 총리는 꼿꼿하게 선 자세를 유지한 채 무표정으로 재판부 쪽을 바라봤다. 한 전 총리는 검은 정장에 청록색 넥타이를 맸고 머리는 가르마를 타 정돈한 모습이었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법정 안은 고요했다. 이 부장판사가 징역 23년을 선고할 때는 방청석에서 작은 탄식이 나왔다. 법정 방호원들이 "방청인들 모두 퇴정해달라"고 안내하자 방청객들은 한 전 총리가 있는 곳을 뒤돌아보며 느린 걸음으로 퇴정했다. 이날 417호 대법정의 방청석은 취재진을 비롯해 10대부터 장년층까지의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로 채워졌다.
재판부는 이날 본격적인 선고공판 진행에 앞서 법정 질서에 대해 안내했다. 이 부장판사는 "법원조직법에 따라 재판장 명령을 위반하거나 폭언·소란으로 심리를 방해하거나 재판의 위신을 현저히 훼손한 자는 20일 이내 감치 또는 100만원 이하 벌금이 명령된다"며 "불미스러운 일이 없도록 협조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