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부터 특검·판사까지 무더기로 '타깃'
판례·수사 선례 없어… 경찰 판단 부담도 가중
관할기관 혼선 속 제도안착 위한 보완책 시급
법왜곡죄가 신설된 뒤 조희대 대법원장은 물론 특정 사안에 무죄판단을 한 판사가 고소되는 등 고소·고발 남발 우려가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법조계에선 예외적 규정을 마련하는 등 보완조치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민민생대책위원회(서민위)는 최근 서울경찰청에 일명 '3대 특검'(내란·김건희·채해병) 관계자와 오동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처장, 이재승 공수처 차장 등 총 28명을 법왜곡죄와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법왜곡죄 시행 첫날에는 조 대법원장이 고발됐다. 고발인은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혐의 판결을 문제 삼았다. 스마트솔루션즈(옛 에디슨EV) 주주연대가 강영권 전 에디슨모터스 회장에게 일부 무죄를 선고한 1심 판사를 고소하기도 했다. 모두 법 이 시행된 지 나흘 만에 일어난 일들이다.
알려지지 않는 고소·고발까지 포함하면 법왜곡죄 고소·고발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수사기관이나 판사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불만족한 쪽에서 법왜곡죄를 적용해 고소·고발이 가능하게 된 것"이라며 "법왜곡죄 신설 전에도 판검사 및 수사관들은 직권남용이나 직무유기로 고발되는 경우가 다수였는데 신설 후 더 심해졌다"고 말했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도 "앞으로 더 많은 사안이 법왜곡죄로 수사기관에 접수될 것"이라며 "수사대상이 된 사람들뿐 아니라 수사를 하는 기관의 행정적 부담을 생각해서라도 대비책이 절실하다"고 했다.
한 번의 고소·고발은 꼬리를 물고 무한대 고소·고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가장 크다. 특정 사안에 대한 수사기관 등의 처분이 나왔을 때 마음에 들지 않으면 법왜곡죄로 고소를 하고 법왜곡죄 관련 처분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또 법왜곡죄로 고소할 수 있어서다.
서정빈 법무법인 소울 형사전문변호사는 "이론적으로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며 "예전 같으면 수사기관이 '수사개시 자체가 필요없는 건'이라고 판단해 반려할 수 있었다면 이젠 불송치를 하더라도 일차적으로는 수사개시를 해야 해 업무부담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예외적으로 법왜곡 혐의에 대해서는 '무조건 수사개시'가 아닌 구체적으로 내용을 따진 뒤 수사 여부를 결정한다든지 하는 식의 조치를 고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
판례나 수사 선례가 없는 만큼 경찰 수사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법관의 법리판단 왜곡여부를 경찰이 직접 판단해야 해서다. 최근 경찰청이 법왜곡죄 대응을 위해 법조항 해석 참고자료를 일선 경찰서에 배포한 것도 수사의 어려움 때문으로 풀이된다. 참고자료는 공식적인 수사지침은 아니지만 법률적용 판단을 돕기 위한 법조항의 의미와 구성요건 등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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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관계자는 최근 열린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시도청에서 직접 수사하면서 본청의 지휘를 받도록 조치했다"며 "본청에서도 법리검토 중이며 참고할 만한 사례가 있는지 철저히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사 관할도 변수다. 현행법상 법관을 대상으로 한 법왜곡죄 고발이 경찰과 공수처에 동시에 접수됐을 때 어느 기관이 우선적으로 수사할지 규정돼 있지 않다. 검사가 피고발인일 경우 공수처에 이첩해야 하지만 법관 사건에 대한 별도 규정은 없다. 공수처가 이첩을 요구하지 않는 한 경찰이 수사를 담당하게 된다.
입법목적에 동의하는 법조인도 실효성 있는 제도안착을 위한 대비책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 법조인은 "법원과 수사기관에 엄격하고 객관적으로 법집행을 하라는 취지는 공감한다"면서도 "법왜곡죄는 신설된 규정인 만큼 고소·고발이 난무하는 걸 그대로 두기보다 입법목적에 맞게 적용될 수 있도록 보완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