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청이 없어지는 자리를 메울 공소청을 신설하는 법안이 우여곡절 끝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검사와 검찰청 소속 직원을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등 다른 기관으로 배치할 근거를 담은 조항도 포함됐다. 법조계에서는 '강제 전보'가 실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20일 법제처 국회 입법 현황에 공개된 공소청법안은 부칙을 통해 검사와 검찰청 소속 직원에 대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본인의 의사를 존중해 유사한 직무와 상당한 직급의 중수청 등 다른 국가기관의 공무원으로 임용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법안은 이를 두고 "조직개편에 따른 검찰청 공무원 재배치의 법적 근거를 추가로 마련한 규정"이라고 밝혔다.
이 조항은 조직개편 이후 검사와 수사관들이 공소청 잔류를 선호해 공소청 정원이 초과되고, 반대로 중수청 인력은 부족해지는 상황에 대비해 만들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검찰 내부에서는 중수청 이동을 선호하지 않는 분위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 내부에서는 '본인의 의사를 존중'한다는 문구를 문제삼는 목소리가 많다. 한 검찰 관계자는 "존중은 당사자 뜻을 반드시 따라야 한다는 의미의 '동의'와는 다르다"며 "인사권자가 의사 확인 절차만 거친 뒤 이를 참고사항으로만 두고 다른 기관 배치를 결정할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고 했다. 형식상 의견 청취 규정에 그치고 실질적으로는 강제 전보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법안은 배치 가능 기관을 중수청으로 한정하지 않고 '중수청 등 다른 국가기관'으로 열어뒀다. 이 때문에 검사로 임용된 인력이 본래 예상하지 않았던 기관이나 직무로 이동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본인 동의 없이 재배치가 이뤄질 경우 임용 당시 전제된 신분과 경력 경로에 대한 정당한 기대를 국가가 뒤집는 셈"이라며 "직업선택의 자유 침해나 신뢰 보호 원칙 위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공개적으로 우려를 나타냈다. 정 장관은 지난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검사 등이) 경찰청 등 이질적 기관으로 가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문제 제기가 많이 있다"며 분쟁의 소지가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김기표 민주당 의원도 "적어도 '희망에 따라'라는 표현은 넣어줘야 한다"며 "법에서 그 정도는 해줘야 그동안 검찰청에서 일한 공무원에 대한 배려가 된다"고 했다.
법조계에서는 해당 조항을 근거로 경력 단절이나 현저한 불이익이 초래될 경우 법적인 다툼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특히 직무의 유사성 판단 기준, 사전 협의 절차, 이의제기 수단 등이 불명확할 경우 인사 재량권의 일탈·남용 여부가 소송의 핵심 쟁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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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통령령에 구체적인 기준과 절차, 당사자 의견 반영 방식이 명확히 담겨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법조인은 "존중은 동의처럼 법적 의미가 명확한 표현은 아니다"라며 "결국 실제 인사 과정에서 당사자 의사표시가 있었는지 등에 따라 판단될 것"이라고 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도 "의견 수렴 방식과 거부에 따른 불이익을 배제할 수 있을지 등이 핵심"이라며 "법령이 모호하면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