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법재판소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국민투표법 조항이 10년 만에 개정되면서 재외국민의 참정권이 확대됐다.
헌재는 14일 언론공지를 통해 "2014년 헌재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국민투표법 조항이 효력 상실 10년 만인 지난 3월 개정됐다"고 밝혔다. 이밖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법률 4건이 올해 1분기 개정된 것으로 파악됐다.
개정된 국민투표법은 지난달 1일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엔 재외국민의 국민투표권을 보장하도록 '재외투표인 명부에 등재된 사람'을 투표인에 포함했다. 개정 전 조항은 국민투표 공고일 현재 주민등록이 돼 있거나 재외국민으로서 국내거소 신고가 돼 있는 투표권자만 투표인 명부에 올리도록 했다.
해당 국민투표법은 2014년 7월24일 헌재에서 헌법불합치를 받은 뒤 개정시한을 10년 이상 지난 뒤 개정됐다.
패륜 상속인의 유류분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도 지난달 이뤄졌다. 개정법은 헌재가 2024년 결정한 취지를 반영해 피상속인의 직계존속뿐 아니라 직계비속·배우자 등 모든 상속이니 피상속인에 대한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하는 등의 경우엔 피상속인의 재산을 상속받을 수 없도록 했다.
2022년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조항은 지난 2월 개정을 마쳤다. 개정된 집시법은 헌재의 결정 취지를 반영해 대통령 관저 및 국회의장 공관 등 인근 집회의 전면적·일률적 금지 대신 예외적으로 옥외집회·시위를 할 수 있는 사유를 규정했다. 직무를 방해할 우려가 없거나, 대규모 집회 또는 시위로 확산할 우려가 없는 경우에 예외적으로 해당 장소에서 집회가 가능해졌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엔 지난 2월 국가배상 소멸시효 특례규정이 신설됐다. 2018년 헌재 결정이 반영돼 소멸시효가 문제 돼 소송에 이르지 못한 진실규명결정 사건의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다만 헌법불합치 결정에도 개정되지 않은 법령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헌재의 미개정 법령 개정 현황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입법이 완료된 헌법불합치 법령의 평균 개정 기간은 약 1년 6개월이 걸렸다.
절반 이상(56.6%)은 헌재 개정 시한을 준수했으나 43%는 개정시한인 1년 5개월을 넘겨 개정돼 약 10개월의 입법 공백이 발생했다. 헌법불합치 결정의 경우 82.1%는 법령 개정 시한을 명시하고 있으며 개정 시한은 평균 1년 5개월을 준 것으로 확인됐다.
개정 시한 없이 헌법불합치 결정된 법령조항 중 약사법(법인약국 설립 제한 위헌)은 2002년 9월 결정일로부터 23년 6개월 이상이 지난 현재까지 후속 입법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독자들의 PICK!
이밖에 △임신한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제한한 형법상 낙태죄 △일몰 후 옥외집회를 전면 금지하는 집시법 조항 등 26건(위헌 16건, 헌법불합치 10건)은 아직 개정되지 않았다.
헌법불합치 결정은 법률의 위헌성을 인정하면서도 법적 안정성을 위해 한시적으로 계속 이를 적용하는 것이다. 반면 헌재의 위헌 결정은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정해 즉각 무효화한다. 헌법불합치 결정은 실질적으로는 위헌이나 다른 이유로 인해 위헌적인 법률을 형식적으로 존속시켜 주는 대신 일정 기간을 정해 그 위헌성을 제거할 것을 요구하는 변형결정이다.
헌재는 1988년 출범 이래 지난달까지 총 619개 법령에 대해 위헌·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이 가운데 593개(95.8%) 법령이 개정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