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 화우의 조세전문 변호사들이 말해주는 '흥미진진 세금이야기'

정부가 오는 7월 발표할 예정인 부동산 세제 개편안은 종부세 강화와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의 혜택 기준 변경을 통해 '실수요 중심의 과세 정상화'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핵심은 다주택자 규제 강화와 더불어 1주택자라 하더라도 기존의 '보유기간'에 대한 혜택을 축소·폐지하고 실제 '거주기간' 중심으로 장특공을 산정해 투기 수요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 안정과 실수요자 보호라는 정부의 정책적 지향점은 조세정의 측면에서 정당성을 인정받을 만하다. 그러나 장특공 기준을 보유보다 거주에 무게를 두는 방식으로 개편할 경우 정책 목표 달성 여부가 불투명할 뿐만 아니라 '조세중립성' 관점에서 예기치 못한 시장 왜곡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
조세중립성이란 세금이 시장 참여자의 합리적 경제적 의사결정을 인위적으로 제약하지 않고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유도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이상적인 세제는 세금 부담 때문에 정상적인 거래나 주거 이동이 가로막히는 상황을 지양해야 한다.
장특공은 바로 이러한 조세중립성을 실현하기 위한 장치다. 자산을 오래 보유할수록 물가 상승에 따른 명목 가치가 누적되는데 이를 매도 시점에 일시에 과세하면 과도한 누진세율이 적용되는 '결집효과'가 발생한다.
장특공은 이러한 결집효과를 방지하고 세금 무서워서 집을 못 파는 '동결효과'를 막아 시장의 매물 순환을 돕는 '보유' 가치 중심의 제도다. 선진국들이 부동산 세제 기준을 주택 수나 거주 여부보다 보유기간에 맞추는 것도 이 원칙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만약 장특공에서 보유기간의 가치를 배제하고 거주기간만을 과도하게 강조하면, 시장 참여자들의 경제활동과 이동성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 이직, 지방 발령, 자녀 교육, 노부모 부양, 질병 치료, 은퇴 후 귀향 등 본인 소유 주택에 실거주하지 못하는 불가피하고 합리적인 사정은 무수히 많다.
그럼에도 세제가 '거주'만을 일방적으로 요구한다면, 납세자는 가혹한 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거주 이전을 포기하거나 원치 않는 주거 형태를 선택해야 한다. 이는 결과적으로 헌법 제14조가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권인 '거주이전의 자유'를 경제적 압박을 통해 간접적으로 제약하는 불합리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민간 임대차 시장의 안정성 측면도 면밀히 살펴야 한다. 현재 전월세를 공급하는 상당수의 주축은 본인 주택에 살지 못하고 다른 곳에 임차해 살면서 자신의 주택을 임대로 내놓은 1주택 임대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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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장특공 혜택을 지키기 위해 실거주 요건을 채우려 일제히 본인 주택으로 입주하게 된다면 기존 임차인들이 새로운 주거지를 찾아 이동해야 하는 연쇄적 혼란이 발생한다. 이는 전월세 매물 잠김으로 이어져 공급 불안을 자극하고 임대료를 상승시키는 풍선효과를 낳을 수 있으며 결국 세 부담이 임차인에게 전가되는 부작용을 초래한다.
또한 자산가들이 세 부담을 피해 가장 안정적인 상급지의 '똘똘한 한 채'로 자산을 집중시키는 현상이 고착화될 위험이 크다. 보유 가치가 인정되지 않으면 자산을 다변화할 인센티브가 사라지기 때문에, 수도권과 지방 간의 자산 양극화 완화라는 정부의 장기적 정책 목표와 상충되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과거 세금을 시장 통제 수단으로 과도하게 활용했을 때마다 시장은 예측 불가능한 부작용으로 응답했다. 세제는 단기적인 가격 조절 도구가 아니라 장기적인 시장 신뢰의 기초가 돼야 한다.
세제를 통한 시장 안정 정책은 정교한 예측과 유연한 제도적 보완이 동반될 때 성공할 수 있다. 정부의 세제개편안이 시장의 신뢰를 얻으려면, 실거주 중심의 방향성을 유지하되 실제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가피한 이주 사유들에 대해 예외 규정을 대폭 확대하거나 보유기간의 시간 가치를 조화롭게 인정하는 정교한 조율이 선행되어야 한다. 어떤 합리적인 경제적 선택을 하든 세금이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조세중립성'을 최대한 지키는 방안이 장기적인 주거 안정과 국민의 재산권 보장을 상생시키는 가장 지혜로운 정책적 해법이다.

[유성욱 변호사는 법무법인(유) 화우의 조세 및 송무그룹 소속 파트너변호사이다. 18년간 서울중앙지방법원, 서울행정법원 등 각급 법원 판사로 근무하였고, 대법원 재판연구관과 제주지방법원 부장판사를 마지막으로 2024년 법무법인(유) 화우에 합류하였다. 현재 재정경제부 세제발전심의위원회 기업분과 위원, 재정경제부 고문변호사, 한국세법학회 부회장 등을 맡으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