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전과 관계자에게 전화로 알린 수사관…법원 "인권침해 아니다"

피의자 전과 관계자에게 전화로 알린 수사관…법원 "인권침해 아니다"

이혜수 기자
2026.05.24 09:00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서울가정법원·서울행정법원 /사진=이혜수 기자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서울가정법원·서울행정법원 /사진=이혜수 기자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의 전과 사실을 사건관계자에게 공개한 행위가 인권 침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4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호성호)는 최근 한 지방검찰청의 수사관 A씨가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를 상대로 제기한 인권위 권고 결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사건은 수사관 A씨가 B씨의 조사를 맡으면서 불거졌다. B씨는 한 학교법인으로부터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상 사기 혐의로 고소를 당해 조사를 받았다. 피해를 본 학교법인은 B씨와 토지 매매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사기를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수사 과정에서 A씨는 고소인 신분인 학교법인의 이사장·전 대표 이사 등 사건 관계자에게 B씨의 전과 사실을 전화로 알리게 됐다.

이에 B씨가 2022년 3월 "A씨가 자신의 전과 사실을 알리고, 자신을 강압적으로 수사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는 이듬해 3월 강압 수사 부분은 기각하고, 전과 사실 누설 부분은 인정했다. 이에 따라 인권위는 A씨가 속한 지검에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의 전과 사실이 부당하게 누설되지 않도록 A씨에 대해 주의 조치를 하고, 소속 직원들을 대상으로 직무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한다'는 권고 결정을 내렸다.

불복한 A씨는 2023년 7월 인권위 행정심판위원회에 권고 결정에 대한 행정심판을 청구했으나 지난해 3월 기각됐다. A씨는 결국 권고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서울행정법원에 소를 제기했다.

A씨는 "B씨의 추가 범죄로 인한 피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를 막고 고소인 및 사건 관계자로부터 수사 협조를 이끌어내기 위해 사기 전과에 대해 설명한 것이지 범죄 경력조회 결과를 고지한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B씨의 전과 사실을 말한 건 적극행정의 하나이니 면책돼야 한다"고 했다.

법원은 A씨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가 전과 사실을 밝힌 것이 인권 침해의 고의가 없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B씨의 전과 사실을 언급한 건 B씨의 자금 조달 능력에 관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추가 피해 발생을 막고 사건 관계자들에게 수사 협조를 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며 "수사를 위해 필요한 합리적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B씨가 300억원대 토지 사기 사건 관련자였던 점 △B씨에게 자금 능력이 없음에도 거래가 진행되고 있던 점 △사건 관계자들이 수사에 비협조적이었던 점을 고려해 이같이 판단했다.

법원은 인권위가 지검에 내린 권고 결정을 취소하고 소송 비용을 인권위가 부담하도록 했다. 그러나 지난달 인권위가 항소장을 제출하면서 서울고법에서 2심이 진행될 전망이다. 아직 항소심 공판기일은 정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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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수 기자

안녕하세요. 사회부 이혜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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