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진 출석한 피의자 '불법 긴급체포'
"당시 긴급체포 요건 충족, 직권남용 고의 없어" 주장

절도 피의자를 불법으로 긴급체포하고 수사서류를 조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현직 경찰관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일부 부인했다. 긴급체포 요건을 충족했다고 판단했으며 직권남용의 고의도 없었다는 취지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0단독(판사 김범진)은 26일 오후 서울 영등포경찰서 소속 우 경위에 대한 직권남용체포와 위작공전자기록등행사, 공전자기록등위작 등 혐의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우 경위는 지난 5월 말 긴급체포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음을 알면서도 직권을 남용해 특수절도 사건 피의자 A씨를 불법 체포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그는 자진 출석한 A씨를 경찰서 밖으로 나오도록 유도한 뒤 체포한 것으로 조사됐다.
우 경위는 긴급체포서와 압수조서 등 수사서류를 허위로 작성해 행사한 혐의도 받고 있다.
우 경위 측은 재판에서 직권남용체포 혐의를 부인했다. 변호인은 "피고인은 A씨를 긴급체포하기로 마음먹은 사실이 없으며 당시 상황에 비춰 긴급체포 요건이 갖춰졌다고 판단해 체포한 것일 뿐"이라며 "직권남용의 고의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긴급체포서를 허위로 작성한 혐의에 대해서는 "'우연히'라는 문구는 전형적으로 쓰는 표현이기 때문에 피고인이 별로 신경 쓰지 않았던 것"이라며 "형사사법 업무를 방해하거나 그르치게 할 목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압수조서 등을 허위로 작성·행사한 혐의는 인정했다.
재판부는 A씨를 증인으로 불러 신문할 계획이다. 우 경위 측이 A씨의 진술조서 등 일부 증거에 동의하지 않은 데 따른 것이다. 이후 우 경위에 대한 피고인신문도 진행할 예정이다.
앞서 검찰(현 공소청)은 지난 7월 우 경위를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지난 5월 A씨의 특수절도 사건을 송치받은 뒤 A씨와 면담하는 과정에서 불법체포 정황을 포착했다.
A씨는 "자진 출석을 약속하고 경찰서에 도착했는데 우 경위가 경찰서 밖으로 나오라고 요구했다"며 "밖으로 나왔더니 갑자기 긴급체포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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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우 경위가 작성한 긴급체포서에는 '탐문 수사 중 노상에서 우연히 발견해 법관의 구속영장을 발부받을 시간적 여유가 없어 긴급체포했다'는 취지로 기재돼 있었다.
검찰은 통화내역과 경찰서 방문기록 등 자료를 바탕으로 긴급체포 절차가 적법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A씨를 즉시 석방했다. 이후 우씨는 대기발령 조처됐다.
한편 A씨는 석방된 뒤에도 절도 범행을 이어가다가 지난 8월 다시 경찰에 붙잡혔다. A씨는 서울 종로구의 한 주택에 침입해 60대 여성과 80대 여성을 폭행하고 금팔찌와 현금 등을 훔친 혐의로 구속 송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