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적 정당성에 민감…극우화로만 해석해선 안 돼"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둘러싼 2030세대의 반발이 커지는 모습이다. 일주일 넘게 이어지고 있는 서울 올림픽공원 시위에서도 2030 청년층의 참여가 두드러진다. 전문가들은 이를 단순한 정치적 반응이 아닌 공정성과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청년 세대의 민감도가 드러난 현상이라고 해석한다.
13일 머니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5일부터 시작된 서울 송파구 잠실 개표소(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 재선거 요구 시위가 9일째 이어지는 가운데 2030 청년층이 현장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 10일에는 전국 18개 대학 총학생회가 선거관리 체계 개혁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청년층이 유독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로는 공정성에 대한 높은 민감도가 꼽힌다. 취업·주거·교육 등 주요 영역에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결과에 따른 격차가 확대되면서 청년 세대가 공정성에 대해 어느 때보다 엄격한 잣대를 둘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그만큼 불공정하다고 판단되는 사안에 강하게 반응한다는 게 전문가들 시각이다.
이동수 세대정치연구소 대표(전 청년정치크루 대표)는 "과거엔 촌지 등 불공정한 문화가 횡행해도 경제성장기였던 만큼 괜찮은 일자리를 얻고 가정을 꾸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며 "지금은 취업이나 자산 형성 등에서 작은 차이가 삶의 격차를 크게 벌린다고 느끼는 청년들이 많아 1점을 가르는 절차적 정당성에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이런 특성이 이번 선거에도 나타났다고 봤다. 그는 "송파구 개표 완료 후 비례대표 의석수가 바뀌었듯 지방선거는 적은 표 차이로도 결과가 바뀔 수 있다"며 "청년층은 1표 차이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이번 투표용지 부족 문제를 선거의 정당성과 연결해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기성세대에 쌓여온 불만이 표출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준일 시사평론가는 "청년 세대는 윗세대가 누렸던 사회적 혜택과 기회를 충분히 누리지 못했다는 생각과 무력감을 느낀다"며 "이런 상황에서 참정권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마저 보장받지 못했다고 인식하면서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이종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도 "우리 사회에서 기성세대에 비해 젊은 세대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며 "청년들은 윗세대가 상대적으로 침묵하는 문제들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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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시위에 참여한 청년층을 보수화 또는 극우화 현상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접근 방식이 오히려 현상을 단순화해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 시위 현장에는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일부 극우 성향 참가자들도 있지만, 상당수 청년은 집회의 순수성을 강조한다. 참정권 보장과 선거관리 책임 규명, 재선거 요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 10일 대학생 시국선언에서도 "대학생의 순수한 목소리를 정쟁으로 소비하지 말라"는 공통 구호가 포함됐다.
이 대표는 "청년들도 부정선거 주장과 결합하면 진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부분을 경계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기득권 세력이 청년들의 움직임에 대해 '극우화'됐다고 비판한다면 반발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