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의제기에 대한 은행의 반려 통지를 행정처분으로 볼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보이스피싱 피해 방지를 이유로 은행 계좌가 지급정지되자 계좌 명의인이 이의를 제기했으나 은행으로부터 반려된 경우, 이 반려가 정당한지 여부를 행정소송으로 다툴 수는 없다는 것이다.
22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0부(부장판사 정은영)는 A씨가 "이의제기에 대한 반려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낸 소송을 지난 4월15일 각하했다. 각하는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해 본안 판단에 들어가지 않고 사건을 끝내는 결정이다.
A씨는 B은행 계좌 명의자였다. B은행은 지난해 8월4일 A씨 계좌를 지급정지 조치했다. 현행 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등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가 의심되는 경우 피해금 인출을 막기 위해 금융회사가 계좌 지급을 정지할 수 있다.
A씨는 B은행에 이의를 제기했다. A씨는 "언니가 형부를 통해 해당 계좌로 600만원을 입금했으며, 이 돈은 정당하게 취득한 것이라 지급정지 이의제기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B은행은 A씨의 이의제기를 반려했다.
A씨는 이 반려 통지가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보고 금감원을 상대로 취소소송을 냈다.
그러나 법원은 이 소송이 행정소송으로 다툴 대상이 아니라고 봤다. 재판부는 "이 사건 반려 통지는 금감원이 한 행위라고 볼 수 없고, 행정청이 아닌 사인의 행위에 대해 권리구제의 신속성·실효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처분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재판부는 이의제기 접수 주체가 금감원이 아닌 금융회사라고 봤다. 재판부는 금감원이 이의제기 접수 과정에 관여한다는 규정이나 사정도 없다고 판단했다. 실제 A씨가 문제 삼은 반려 통지도 'B은행 안내메시지'라는 제목의 문자메시지로 이뤄졌을 뿐, 금감원 명의로 이뤄진 것으로 볼 만한 표시가 없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또 A씨에게 권리구제 수단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재판부는 △현행 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 지급정지 계좌의 채권이 소멸된 경우에도 계좌 명의자가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며 환급을 청구할 수 있는 별도 절차가 마련된 점 △A씨가 금감원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해 환급 여부를 다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