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일보 사옥 내 일민미술관에서 지인을 낫으로 찔러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 70대 남성이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되면서 피해자가 사망하지 않았는데도 살인미수 혐의가 적용된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원은 살인미수 등의 혐의를 받는 70대 남성 한모씨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한씨는 지난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일민미술관에서 지인인 40대 남성 A씨를 낫으로 찔러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다. 범행 직후 현장을 벗어난 한씨는 택시와 버스 등을 이용해 도주했다. 경찰은 CCTV 등을 토대로 동선을 추적해 사건 발생 약 10시간 만에 서울 관악구의 한 주거지에서 한씨를 검거했다.
한씨에게 적용된 살인미수죄는 사람을 살해할 의사로 범행을 실행했지만 피해자가 사망하지 않은 경우 성립한다. 피해자가 살아남았더라도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는 점이 인정되면 살인미수죄가 적용될 수 있다. 반면 흉기를 사용했더라도 살인의 고의가 인정되지 않으면 특수상해죄 등 다른 범죄가 적용될 수 있다.
살인미수죄는 살인죄의 미수범으로 처벌된다. 살인죄의 법정형은 사형,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다. 살인미수죄의 경우 기본적으로 살인죄 형량에서 법원이 임의적으로 형을 감경할 수 있게 돼 있다.
대법원은 살인의 고의를 판단할 때 범행에 사용된 흉기의 종류와 위험성, 공격 부위와 방법,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범행 전후의 정황 등 객관적인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살인의 고의는 피의자의 내심의 의사인 만큼, 피고인이 이를 부인하더라도 진술만으로 단정할 수 없고 객관적인 정황을 통해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다.
실제 유사 사건에서도 법원의 판단은 엇갈렸다. 200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문구용 커터칼을 사용한 괴한 지충호씨로부터 습격받은 사건이 있었다. 검찰은 지씨를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했지만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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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문구용 커터칼은 목 부위를 베는 등의 특별한 용법으로 사용하지 않는 이상 살인의 도구로 보기 어렵고, 피해자가 입은 상처 역시 생명을 직접 위협하는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또 범행 동기가 장기간 수형생활에 대한 불만을 사회에 알리기 위한 목적이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살인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지씨는 징역 10년을 확정받았다.
반면 2015년 마크 리퍼트 당시 주한 미국대사가 괴한 김기종씨로부터 습격받은 사건에서는 살인미수 혐의가 인정됐다. 당시 법원은 김씨가 칼날 길이 12.5㎝의 과도로 피해자의 얼굴 또는 목 부위를 여러 차례 공격했고, 피해자가 팔을 들어 방어하는 과정에서도 공격을 계속한 점 등을 근거로 적어도 미필적으로나마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봤다. 김씨에게는 징역 12년이 확정됐다.
이번 일민미술관 사건에서 경찰은 일단 한씨에게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발부했다. 한씨에게 살인의 고의가 있다고 본 것이다. 향후 수사기관은 한씨가 낫을 사용하게 된 경위와 공격 부위, 공격 방법, 범행 전후의 정황 등을 토대로 살인의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해 입증하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