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 논의가 진행 중인 것과 관련, 대검찰청이 검사의 보완수사는 국민 기본권 보호와 사법 통제를 위한 핵심 장치라며 폐지 또는 제한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검은 8일 언론 공지를 내고 "국회로부터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 요청을 받아 전날 법무부를 통해 국회에 의견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대검은 의견서에서 검사의 보완 수사는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검사의 중요한 책무이자 사법경찰 수사에 대한 효과적인 통제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를 폐지할 경우 발생할 실무상 문제를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대검은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이후 경찰 등 사법경찰관이 송치한 사건에 대해 검사가 보완 수사를 해 온 제도는 70년 넘게 공소 제기와 공수 유지를 위한 핵심 수단으로 기능해 왔다"며 "이를 폐지하는 것은 형사사법 체계의 근간을 바꾸는 중대한 입법 사안"이라고 했다.
대검은 또 검사가 경찰 송치 기록만으로 사건의 실체를 모두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제도 개편 이후 경찰의 권한이 더 커질 수 있는 만큼 경찰 수사에 대한 검사의 사법 통제 필요성도 커진다고 강조했다.
보완수사는 검찰의 권한 확대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기본권 보호 수단이라는 점도 언급했다. 대검은 여성, 아동, 노인, 장애인, 성폭력 피해자 등 사회적 약자의 권리구제를 위해 검사의 보완 수사가 필요하다"며 "'광주 여고생 살인사건' '해든이 사건' '고 김창민 영화감독 사건' 등에서 드러난 것처럼 검사의 보완 수사를 통해 묻힐 뻔한 사건의 실체를 밝히고 피해자를 구제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검은 "검사의 보완수사가 경찰이 수사해 송치한 사건의 기소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보충적으로 이뤄지는 절차"라며 "수사와 기소 분리 취지에 반하지 않고 충실한 공소 유지를 위해 검사가 직접 사건 관계인의 진술을 듣거나 추가 증거를 수집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검은 보완수사가 없어지면 검찰이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방식으로만 사건을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경우 검찰과 경찰이 사건을 서로 돌려보내는 이른바 '사건 핑퐁'이 반복돼 피해자와 사건 관계자의 고통이 커질 수 있다고도 했다.
대검은 경찰이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를 따르지 않을 수 있는 예외 사유인 '정당한 이유' 조항도 그대로 두면 안 된다고 밝혔다. 대검은 "조항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개별 사건의 수사 방향이나 법리 적용을 둘러싸고 검찰과 경찰 간에 이견이 발생했을 때 경찰이 이를 근거로 요구를 거부할 수 있어 사건 처리가 심각한 교착 상태에 빠지게 된다"고 했다.
이어 "검사의 보완수사가 전면 금지 또는 제한될 경우 보완수사 요구를 따르지 않아도 되는 예외 사유인 '정당한 이유'가 남아 있다면, 검·경의 의견 대립 시 사건처리가 불가능해지고 사건관계인은 장기간 불안정한 지위에 놓이게 되는 결과가 초래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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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은 현행 불송치 제도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현재는 경찰이 일부 사건에 대해 검찰에 보내지 않고 자체적으로 불송치 결정을 할 수 있다. 대검은 수사를 맡은 기관이 사건 종결까지 판단하면 확증편향이나 자기 정당화 위험이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모든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는 전건 송치 제도 재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별사법경찰에 대한 통제 필요성도 강조했다. 대검은 특사경이 각 행정 분야의 전문성은 갖고 있지만 수사 전문성은 부족할 수 있고 인사이동이 잦아 수사의 연속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대검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국 지명 특사경 2만159명 중 79.2%가 다른 행정업무를 병행하고 48%는 특사경 경력이 1년 미만이다.
공소심의회 신설도 반대했다. 무작위로 선정된 일반 시민의 판단에 검사의 공소제기 여부를 기속시키면 법률적 오류나 인권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검은 "검사의 공소제기는 법원의 재판으로 통제되고 불기소 처분도 항고·재항고·재정신청·헌법소원 등 여러 절차로 다툴 수 있는 만큼 별도 제도 신설은 형사사법 절차의 혼란을 키울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