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정치브로커 명태균씨로부터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받고 제3자에게 그 비용을 대납하게 했다는 혐의를 받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1심에서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1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면 오 시장은 시장직을 잃게 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조형우)는 22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오 시장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2100만원의 추징도 명령했다. 함께 재판을 받은 강철원 전 서울시 부시장에게는 벌금 300만원, 실제 여론조사 비용을 대납했단 혐의를 받는 사업가 김한정씨에게는 벌금 500만원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오 시장에 대해 "정치자금으로 인정되는 대납 비용이 2100만원으로 절대 작지 않아 죄책에 상응하는 형의 선고가 불가피하다"며 "비용 납부 과정을 은밀하게 감추는 등 죄질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오 시장이 범행 전까지 다년간 국회의원·서울시장에 임하며 법을 잘 알면서도 범행을 주도한 점과 법정에 이르러서까지 책임을 회피한 점 등을 불리한 양형 사유로 참작했다.
재판부는 우선 '이 사건은 특검의 수사 대상이 아니므로 공소가 기각돼야 한다'는 취지의 오 시장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특검법에 따라 수사 대상과 합리적 연관성이 있는 사건은 특검의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수사와 기소 자체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3300만원을 대납하게 했다는 오 시장의 혐의 중 2100만원 부분만 유죄를 인정하고, 나머지 1200만원은 인정하지 않았다. 각종 정황과 증거로 미뤄볼 때 오 시장 의뢰로 여론조사가 실시됐으며 그 비용을 대납시킨 행위 역시 인정할 수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문제가 된 여론조사 10차례 중 5차례만 오 시장이 명씨에게 의뢰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여론조사 결과가 오 시장에게 불리하게 나왔으니 본인들이 의뢰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오 시장 측 주장은 배척했다. 특히 재판부는 사업가 김씨와 정치브로커 명씨가 원래 알던 사이가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면 김씨가 오 시장 요청 없이 개인적으로 명씨에게 돈을 제공할 이유가 없다고도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명씨에게 지급된 금액이 정치활동에 드는 비용이므로 정치자금에 해당한다고 했다.
판결 직후 오 시장은 굳은 얼굴로 재판부 쪽을 바라보며 눈만 깜빡였다. 오 시장은 선고 이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정말 죄송하다"고 했다. 이어 "납득할 수 없다. 전부 무죄가 나오는 것이 맞다"며 "거짓말쟁이 명씨의 진술과 간접증거만을 증거로 삼고 직접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추론을 가지고 명씨의 진술이 맞단 전제하에 선고됐다. 항소심에서 다투겠다"고 했다.
독자들의 PICK!
이날 선고된 형이 그대로 확정되면 오 시장은 시장직을 잃게 된다.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집행유예 포함)이 선고되고 확정되면 5년간 공무담임 등의 제한 규정에 따라 취임하거나 임용될 수 없다. 이미 취임 또는 임용된 자는 직에서 퇴직해야 한다.
오 시장은 2021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명씨가 실소유한 것으로 지목된 미래한국연구소의 여론조사를 10차례 받았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사업가 김씨가 당시 미래한국연구소 실무자인 강혜경씨 계좌로 합계 3300만원 상당을 대납하는 데 관여했다는 혐의도 있다. 강 전 부시장은 이 과정에서 오 시장 지시를 받거나 오 시장과 논의해 공모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해 12월1일 오 시장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고, 지난달 17일 징역 1년 6개월과 추징금 3300만원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