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XX' 단톡방서 욕했는데 모욕죄 아니다?…대법원이 벌금형 뒤집은 이유

'개XX' 단톡방서 욕했는데 모욕죄 아니다?…대법원이 벌금형 뒤집은 이유

송민경 (변호사)기자
2026.08.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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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모습./사진=뉴스1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모습./사진=뉴스1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을 단체 채팅방에서 '개XX'라고 표현한 입주민에게 벌금형을 선고한 판결이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욕설이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 있다는 사정만으로 모욕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고 해당 표현이 객관적으로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릴 만한 내용인지 맥락을 따져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모욕 혐의로 기소된 문모씨에 대해 벌금 3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14일 밝혔다.

문씨는 2022년 4월3일 아파트 주민 다수가 참여한 단체 채팅방에 입주자대표회장 A씨를 지칭해 "이런 사람은 유언비어 날조지요. 또 부녀회장이 최순실보다 더 나쁜 사람이라고 카톡이 돌아다니네요, 개새끼가 쓴 내용이.."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A씨는 아파트 동대표들에게 부녀회장을 최순실씨에 빗대 '나쁜 사람'이라고 표현하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문씨는 이 사실을 알고 화가 나 단체 채팅방에 해당 메시지를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1심은 문씨에게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메시지의 문맥과 전후 사정 등을 고려하면 '개새끼'라는 표현이 A씨를 지칭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문씨 측은 해당 표현이 A씨가 아니라 관리사무소 직원을 가리킨 것이고, 피해자를 특정할 수도 없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심 역시 1심 판단을 유지했다. 문씨 측은 '개새끼'라는 표현이 경미한 수준의 추상적 표현이나 욕설에 불과해 모욕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항소가 기각됐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모욕죄에서 말하는 '모욕'은 단순히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표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고 봤다. 사실을 적시하지 않으면서 사람의 외부적 명예, 즉 사회적 평가를 침해할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한 경우에 모욕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인격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거나 인격을 허물어뜨릴 정도로 모멸감을 주는 혐오스러운 욕설이 아니라, 무례하고 예의에 벗어난 정도이거나 상대방에 대한 부정적·비판적 의견이나 감정을 나타내면서 경미한 수준의 추상적 표현·욕설이 사용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모욕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또 대법원은 상대방이 해당 표현을 듣고 기분이 나빴는지 등 주관적인 감정이나 정서만을 기준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당사자들의 관계와 표현에 이르게 된 경위, 표현 방법과 당시 상황 등 객관적인 사정을 종합해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릴 만한 표현인지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러면서 대법원은 이번 사건에서 문제가 된 메시지도 A씨가 부녀회장을 부정적으로 표현한 데 대한 부적절함을 지적하거나 그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나타내는 과정에서 나온 단순한 욕설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A씨가 아파트 주민들을 고소한 사실이 있었고, 해당 메시지가 올라오기 전후로 주민 다수가 참여한 단체 채팅방에 A씨의 고소에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내는 글들이 여러 차례 게시된 점도 고려했다.

대법원은 이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해당 메시지가 A씨의 주관적인 감정을 상하게 할 수는 있지만 객관적으로 A씨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모욕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판단하라며 원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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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경 (변호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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