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경찰개혁 국민경청회 개최…범죄피해자·사회적약자 등 단체 초청
11월까지 시도청별 경청회·온라인 의견 수렴

"피해 규모가 큰 재산범죄의 경우 경찰에 사건을 맡겨도 괜찮은지 고민하는 피해자들이 있습니다."
17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경찰개혁 국민경청회'에서 경찰의 수사역량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2021년 형사소송법 개정을 전후해 수사역량 강화를 위해 노력해왔지만 여전히 수사역량에 대한 의심이 따라다닌다는 점을 국민께 송구스럽고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김 직무대행은 이어 "담당 수사관의 역량에 따라 수사 품질이나 결과 차이가 크게 난다는 점도 아프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인정하기 불편하지만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역량 차이도 적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느 지역의 어느 수사관이 담당하더라도 책임감 있고 공정하게 수사가 진행될 것이라는 믿음을 얻도록 제도 개선부터 담당 수사관 개인의 역량 강화까지 부단히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경청회는 경찰개혁 과정에서 국민의 의견을 직접 듣기 위해 마련됐다. 범죄피해자와 여성·청소년·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 관련 단체, 실종자 가족을 비롯한 시민들과 경찰 지휘부가 참석했다. 별도의 주제 제한 없이 참석자들이 경찰에 바라는 점이나 정책을 제안하면 경찰 지휘부가 직접 답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여성변호사회 전지혜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수사는 경찰의 본 기능인데 여전히 형법이나 형사소송법의 아주 기본적인 법률 지식이 부족하다고 느낄 때가 많다"며 "수사관들이 최소한 담당 사건의 법리를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수준의 법률 지식이나 역량을 갖췄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정명신 서울해바라기센터 행정소장도 "피해자들은 경찰이 내 이야기를 제대로 들어주느냐에서 굉장히 큰 동력을 얻는다"며 수사관 개개인의 역량과 태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사관 개개인의 역량과 태도가 시스템으로 확장되는 것이 피해자에게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수사관 교육을 확대하고 수사관 자격제와 팀장 지휘역량 평가를 강화하는 등 수사 전문성을 높이겠다고 답했다. 경찰 관계자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역량을 갖추도록 교육을 확대하고 있다"며 "변호사·회계사 등 전문인력도 계속 충원하면서 수사역량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범죄 피해자 지원을 사건 발생 이후의 사후 조치에 그치지 않고 초기 단계부터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도 이어졌다. 가정폭력·아동학대·스토킹·교제폭력 등 관계성 범죄의 첫 신고를 위험 상황을 알리는 '조기 경보'로 보고 심리상담을 재범이나 강력범죄 위험을 조기에 발견하는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것이다. 피해자에게 수사 진행 상황을 더 적극적으로 알려달라는 요구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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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화 전국가정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는 "관계성 범죄는 가해자가 경찰 조사를 받은 뒤 피해자에게 다시 접근할 가능성이 있다"며 "수사 진행 상황을 수시로 통지해 피해자가 사전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관계 부처·민간 지원기관과 연계한 피해자 지원체계를 마련하고, 관계성 범죄 피해자에 대한 수사 진행 통지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김 직무대행은 "2015년 전후부터는 피의자를 검거해 사법 조치하는 것뿐 아니라 피해자가 범죄 발생 이전의 안정된 상태로 돌아가도록 하는데도 주안점을 두고 있다"며 "사건 초기부터 조금 더 체계적으로 관리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 밖에 성착취 피해 아동·청소년을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가 아닌 피해자로 보고 지원기관에 즉시 연계할 수 있도록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졌다. 또 사건 청탁이나 사적 접촉을 차단하고 사건의 난이도와 피해 규모 등을 고려한 배당 원칙을 보다 명확히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돼 경찰이 검토하기로 했다.
경찰청은 이날 경청회를 시작으로 오는 11월까지 시도경찰청별 순회 국민경청회를 연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온라인 국민경청 창구도 운영한다. 경청회와 온라인 창구를 통해 제기된 의견은 소관 부서 검토를 거쳐 구체적인 개혁과제로 삼을 방침이다. 오는 12월에는 '경찰개혁 100일 보고회'를 열어 국민과 현장의 제안이 정책에 어떻게 반영됐는지와 주요 개혁과제의 이행 상황, 향후 계획을 공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