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 청과도매시장·마장 축산물시장·홍대거리의 명절 나기

"재활용품은 따로 수거해야 하지만 물량이 너무 많아 감당이 안 돼요. 박스에 붙은 테이프를 뗄 시간도 없이 압착차에 밀어 넣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지난 22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청과물도매시장. 낮 기온이 28도까지 올랐지만 쓰레기 수거에 나선 환경공무관들은 오물이 튀는 것을 막기 위해 긴팔과 긴바지를 입고 분주하게 작업 중이었다.
추석 대목을 맞은 서울 시내 전통시장 등이 선물 수송 물량으로 북적이는 사이 그 뒤편에서는 평소보다 크게 늘어난 포장재와 폐기물을 치우는 작업이 이어졌다.
25일 기후환경에너지부에 따르면 추석 연휴 생활폐기물 발생량은 2023년 약 11만톤에서 2024년 약 14만톤, 지난해엔 약 30만톤으로 증가했다.
늘어난 쓰레기만큼 수거 작업도 빨라졌다. 청량리청과물도매시장 2차선 도로 한쪽에 수거 차량이 멈춰 서자 환경공무관들이 쉴 새 없이 쓰레기를 실어 날랐다. 동대문구청은 명절을 앞두고 기동 수거 차량의 운행 간격을 평소 2시간에서 1시간으로 줄였다.
수거 차량 뒤로 승용차가 줄지어 서면서 경적이 울리기 시작하자 작업자들의 손도 덩달아 빨라졌다. 종량제봉투와 일반 봉투에 담긴 쓰레기부터 사과·배가 담겼던 과일 상자, 음식물 쓰레기까지 한꺼번에 쏟아졌다.
10년째 환경공무관으로 일하는 조모씨는 "명절에는 물량이 많은 데다 도로를 오래 막고 있을 수도 없다"며 "박스에서 테이프를 제거할 여유도 없이 압착차에 함께 수거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쓰레기의 무게도 큰 장애물이다. 민간수거 업체 관계자 이민수씨는 상인이 내놓은 마대 자루를 들어 올리며 "수분을 품은 밤껍질이나 야채 마대는 무게가 40㎏를 넘어 성인 남성 혼자 들면 허리 부상 위험이 크다"며 "시장 집하장이 없어 무단투기와 무게 감당이 과제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지난 23일 성동구 마장동 축산물시장은 청량리도매시장과는 다른 모습의 수거 작업이 한창이었다. 좁은 골목 사이를 대형 수거차 대신 마대를 겹겹이 실은 삼륜 오토바이가 쉴 새 없이 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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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한쪽에는 집게 크레인을 단 덤프트럭 10여대가 줄지어 서 있었다. 자루 안에는 고기를 손질하고 남은 지방 덩어리가 가득했다. 크레인이 70㎏에 달하는 마대를 하나씩 들어 올릴 때마다 기름방울이 바닥으로 뚝뚝 떨어졌고, 주변에는 고기 조각을 노린 까마귀들이 맴돌았다.
마장동 축산물시장에서 대량으로 나오는 폐기물 가운데 하나인 '폐지방'이다. 추석을 앞두고 고기 판매량이 늘면 처리해야 할 지방도 함께 증가한다.
한 점포 직원은 "우리 가게에서만 하루 톤 단위로 지방이 나와 수거 인력도 상시 대기한다"며 "명절에는 그 양이 평소의 2~3배로 뛴다"고 말했다.
수거 작업은 주로 몽골과 중국 출신 외국인 노동자들이 맡고 있었다. 두 명씩 조를 이뤄 점포를 돌며 폐지방이 담긴 70㎏ 안팎의 마대를 들어 삼륜 오토바이에 실어 날랐다. 현장에서 만난 몽골인 노동자는 "기름이 밖으로 새어 나와 자루가 미끄러럽기 때문에 처리가 어렵다"라고 말했다.
시장에서 수거되는 폐지방은 단순 폐기되지 않고 다시 자원으로 활용된다. 하루 100톤 수준으로 모인 폐지방은 ㎏당 100원 미만에 매입돼 항공유이나 바이오연료 등의 원료로 재활용된다.
수거업체 관계자 이모씨는 "단순 쓰레기 처리가 아니라 자원을 매입해 운송하는 사업"이라면서도 "이 민간 수거망이 멈추면 마장동 전체의 폐기물 처리가 불가능해진다"고 말했다.

같은 날 새벽 5시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 일대 '레드로드'와 클럽거리 전봇대 아래는 '한가위 선물세트' 종이 상자와 식자재 포장재, 클럽에서 쏟아져 나온 휴지 조각이 도로를 채웠다.
마포구청 하청업체 소속 최동균씨(33)·정희운씨(39)는 송풍기와 가슴팍까지 오는 대형 빗자루를 들고 낙엽과 포장재, 일회용 컵을 쓸어 담기 시작했다.
명절을 앞둔 홍대 상권은 쓰레기가 평시 대비 2~3배 수준으로 몰린다. 지방자치단체는 주말 특별 수거 대책에 준하는 인력과 장비를 즉시 투입해 대응에 나서고 있다.
오전 7시가 되자 각 구역 미화원들이 중앙 거리로 집결해 봉지를 쌓고, 5톤 대형 수거 트럭이 이를 실었다. 최씨는 "명절을 앞두고 소매점과 상권에서 나오는 포장재 쓰레기가 크게 늘어난다"며 "주말이나 명절 특수가 지나고 나면 집에 가자마자 곧바로 잠에 빠져든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지난 21일 '추석 연휴 청소 종합대책'을 발표해 연휴 직전 배출 쓰레기 전량 수거를 위한 대청소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연휴 기간에는 환경공무관 1만여 명이 현장에 투입될 예정이다.